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국내 최고 제작극장이 목표"
회계사 출신 첫 수장…조직 효율화·재원 조성 등에 강점
"산하 예술단 대표 레퍼토리 시급…소액 모금도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올해가 세종문화회관 40주년입니다. 경영 비효율은 누적됐고 조직 문화는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새 도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달 취임한 김성규(55)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직 위상 회복과 재도약을 위한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40년 역사상 첫 회계사 출신 사장이다. 세종문회회관 사장 취임 전엔 한미회계법인 대표를 지냈다.
경기고,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8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 경영컨설팅으로 문화예술계와 첫 인연을 맺은 뒤 약 20년간 문화예술분야 회계·조직·경영·재원 조성 전반에 걸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그가 사장 취임 후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부분도 경영 시스템 효율화다. "공무원보다도 더 공무원스러운 조직 문화가 존재한다"는 게 현재 그의 진단이다.
3년간의 임기 동안 관객 수나 공연 편수 등 숫자로 드러나는 성과보다는 조직 체질 개선 및 업무 프로세스 구축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예를 들어 세종문화회관에 10년 동안 걸린 낡은 포스터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제가 직원들에게 지시해 포스터를 새것으로 바꾸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 새 포스터가 또 10년간 걸려있게 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스스로 비전을 설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민간 재원 조성을 통한 공연 수준 제고도 그의 중요 목표다. 그는 국내 문화예술계에서 처음으로 재원 조성과 관련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원 조성과 관련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그는 "기업이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문화예술계가 너무 관심이 없다"며 "그들의 니즈(요구)를 알아야 재원 조성과 관련한 기획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뿐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 모금도 구상 중이다. 공연장마다 으레 가진 소수로 구성된 후원회 개념과는 다르다.
"소액 모금은 세종문화회관 예산에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액 모금은 액수를 따지기 전에 기부의 중요한 한 축입니다. 처음엔 몇십명, 몇백명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그게 몇만 명으로 불어나면 조직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변화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수장답게 첫 조직개편도 속전속결로 끝냈다. 취임 후 보름 만에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내에서도 화제를 낳았다.
공연장의 물리적 안전을 넘어 '감성적인 안정감' 구현을 위해 '이모셔널 세이프티(Emotional Safety)'팀을 새로 설치한 부분이 눈에 띈다.
산하 9개 예술단 예술감독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높여주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그는 "각 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 핵심 콘텐츠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세종문화회관을 생각하면 바로 떠 오르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런 시스템 정비를 통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결국 딱 하나"라며 "세종문화회관이 국내 최고의 제작극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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