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관리센터 채용비리 '갑을관계+허술한 채용구조' 때문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부산경찰청이 24일 발표한 부산항시설관리센터 채용비리 행태는 조직간 전형적인 갑을관계에다 허술한 채용구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수사 결과를 보면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부산항시설관리센터 등 3개 조직에서 일하다 퇴직했거나 현재 임원급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 조직간 관계는 정점에 해양수산부가 있고 그 밑에 부산항만공사, 맨 아래에 부산항시설관리센터가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부산항을 운영·관리하는 해수부 산하 공기업으로 해수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부산항시설관리센터는 부산항만공사로부터 항만시설 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사업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인데 예산 100%를 부산항만공사로부터 받는다.
부산항만공사에서 간부로 일하다가 퇴직한 사람이 '낙하산 인사'로 부산항시설관리센터 임원으로 가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채용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전·현직 부산항시설관리센터 임원 3명이 부산항만공사 간부 출신이다.
경찰이 채용담당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하는 부산항시설관리센터 전·현직 사장은 모두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이들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지만 해수부에 함께 근무한 사람이나 지인의 아들을 뽑기 위해 채용담당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 3개 조직간 갑을관계에다 해양분야에서 수십 년간 일하면서 생긴 끈끈한 인맥으로 스스럼없이 채용 청탁이 이뤄졌고 서류 허위 작성이나 직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로 채용비리가 가능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번에 입건된 부산항시설관리센터 본부장(부산항만공사 간부 출신)은 "센터가 부산항만공사 등 유관 부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라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허술한 채용 구조도 문제다.
부산항시설센터는 자체 필기시험 없이 채용담당자가 응시 자격요건이나 경력, 자격증 소지 여부 등을 따져 서류전형 합격자를 뽑지만 상급자들이 손쉽게 전형 결과를 뒤집어버렸다.
실제 필수 응시 자격요건인 관련 자격증이 없는 지원자 3명은 서류전형에서 불합격했지만 부정 청탁에 따라 서류전형 합격자로 둔갑했다.
부정 청탁을 받은 부산항시설관리센터 임원들은 직접 면접 전형에 들어가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이들 지원자에게 고득점을 주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부정 청탁과 이에 따른 부당한 지시, 특정 지원자에 대한 고득점 부여로 무자격 지원자들이 최종 합격했다는 것이 경찰 수사 결과다.
이들 지원자는 부산항만공사 간부와 부산항시설관리센터 간부의 가족이거나 부산항 유관조직 전 본부장의 인척이다.
경찰은 수사 결과 드러난 부정채용 결과를 부산항시설관리센터에 통보해 채용 취소 등 조치를 하도록 했고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의 객관성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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