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핵심' 임종헌 구속영장…양승태 공범으로 적시(종합2보)
법관사찰·재판거래·기밀유출 등 범죄사실 30개 육박
영장 발부 여부 따라 양승태 등 '윗선' 수사 기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이지헌 기자 = 검찰이 23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 조사에 앞서 임 전 차장을 '핵심 중간책임자'로 지목한 만큼 그의 구속 여부가 향후 수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전직 최고위급 법관들을 임 전 차장과 공범으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공무상비밀누설·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를 적용해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역임한 그는 재판거래·법관사찰 등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거의 모든 의혹에 실무 책임자로 등장한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30개 가까운 범죄사실을 적시했다.
징용소송·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이 그의 핵심 혐의로 꼽힌다.
임 전 차장은 2013년 9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을 특정한 방향으로 검토한 보고서를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청와대·외교부 관계자들과 소송 절차와 결론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2016년 일본 기업 측에 배상책임을 묻는 판결에 비판적인 외교부측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준 정황도 포착해 영장에 기재했다.
2014년 10월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법원행정처가 고용노동부의 재항고이유서를 대필해주고 청와대·노동부를 거쳐 대법원 재판부가 돌려받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임 전 차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직권남용죄 법리검토를 대신 해주고,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칼럼을 썼다가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확인 소송과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씨의 뇌물공여 형사재판에 직접 개입한 의혹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가 정씨로부터 수십 차례 접대를 받은 비위 정황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친분관계를 감안해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혐의는 직무유기로 판단했다.
이밖에 헌법재판소에 파견나간 판사를 시켜 헌법재판관들 평의 내용을 빼낸 혐의, '정운호 게이트' 당시 영장전담판사를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넘겨받은 혐의,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칼럼을 쓴 판사를 뒷조사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징용소송 등 재판거래 의혹을 비롯해 공보관실 운영비 3억5천만원을 각급 법원으로부터 돌려받아 법원장 등에게 현금으로 나눠준 의혹,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제청결정을 취소시킨 의혹 등에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법원행정처장들이 관여했다고 보고 이들을 영장에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수사가 시작되자 차명전화를 만들어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있고, 네 차례 소환 조사에서 전직 심의관들의 진술과 달리 대부분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는 점 등을 감안해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임 전 차장의 구속 여부는 25일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그가 양 전 대법원장과 전직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부 최고 책임자를 가까이서 보좌한 만큼 그의 영장 발부 여부가 '윗선' 수사의 향방을 가르는 기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압수수색 등 전·현직 판사들 상대 강제수사에 유난히 인색한 법원의 태도에 비춰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법원은 임 전 차장이 연루된 의혹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며 '죄가 되지 않는다'는 예단을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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