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정치권 지혜 모아야

입력 2018-10-23 17:19
[연합시론]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정치권 지혜 모아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준했다.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협을 없애기로 한 남북 합의문의 정부 비준으로 남북관계 발전은 추동력을 받게 됐다. 남북 간 합의를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정부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으로 북미 대화의 견인차 구실도 기대된다. 교황 방북까지도 추진되는 한반도 정세는 평화를 향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남북 합의문의 비준은 평화의 열매를 맺는 노력을 제도화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평양 공동선언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교류협력 강화와 이산가족 문제 해결, 다방면 교류 등의 남북 간 합의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취해나가겠다는 입장,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명문화한 문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늦춰지는 흐름에서 , 평양 공동선언의 정부 비준이 북미 양측에도 던지는 의미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상위 남북 합의문인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가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이 문서들의 정부 비준을 조속히 매듭지은 것은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비핵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남북 군사합의서의 경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항의 소동 등 일부 소통·공유 과정에 혼선이 있었지만 미국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도 최근 "유엔군사령부는 남북과 긴밀히 협의해 군사합의 사항의 이행을 함께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26일에는 남북 장성급 회담도 열려 군사합의 이행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등 순조롭게 합의가 이행되는 양상이다. 남북 군사합의서의 비준도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며, 다만 국내에서 안보 우려를 제기하는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정부가 투명하고 책임있는 태도로 꾸준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마땅하다.

법제처는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평양 공동선언의 정부 비준에 대해 "판문점 선언 이행의 성격이 강한데, 판문점 선언이 이미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고 있어 평양 공동선언은 따로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대통령 비준 절차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해석했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이 필요한' 비준 동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6·15 남북 공동선언이나 10·4 남북 정상선언 등도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정부 비준으로 매듭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남북합의문들의 뿌리격인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 오래 방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후속 합의서만 비준되는 상황은 형식상으로 모순인 데다, 남북관계는 국회 비준동의로 상징되는 국민적 합의로 뒷받침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의 비준 선후(先後)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기보다는, 정치권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청와대는 비준동의에 유보적인 야권과의 소통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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