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지하 짠물에 미생물 생존에 충분한 산소 존재

입력 2018-10-23 10:30
화성 지하 짠물에 미생물 생존에 충분한 산소 존재

산소 많아야 생성되는 산화망간 실마리…생명체 확인에 한걸음 더 접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화성 표면 아래에 있는 짠물에는 수십억년 전 지구에 출현해 번성한 것과 같은 미생물들이 살아가기에 충분한 산소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 AFP 통신에 따르면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이론물리학자 블라다 스타멘코비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소금이 고농도로 녹아있는 화성 지하의 짠물에 미생물이 숨쉬기에 충분한 산소가 녹아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지하 짠물의) 산소 농도가 호기성 미생물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수백배 더 많다"면서 일부 지역의 산소 용존량은 해면과 같은 원시 다세포 생물이 살아갈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스타멘코비치 박사는 "화성 대기 중 산소는 0.14%에 불과해 생명체 출현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해 왔다"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현재와 과거의 화성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혁명적으로 바꿔놓는 것'이라고 했다.



지구 대기는 산소가 21%에 달해 산소 호흡을 하는 생물이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지만, 화성 대기의 산소는 미생물조차 생존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지구도 산소가 없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약 23억5천만년 전 이산화탄소(CO2)를 산소(O2)로 바꿔주는 광합성 식물의 등장으로 산소가 급격히 늘어난 '산소대폭발(GOE)' 이후 산소 호흡을 하는 고등생물이 출현하게 됐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산소가 많아야만 생성되는 산화망간을 발견한 것을 실마리로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큐리오시티 등을 통해 존재가 확인된 화성 지하의 짠물은 영하 195~영하 20도에 달하는 극저온 환경에서도 물이 얼지 않게 해줄 것으로 분석됐다. 물이 얼지않고 액체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미생물이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확보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연구팀은 영하의 기온에서 산소가 짠물에 용해되는 모델과 지난 2천만년과 앞으로 1천만년의 기후변화에 관한 모델을 함께 분석해 산소용존량이 높은 짠물 지역을 계산해 냈으며, 이는 향후 탐사지역 선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타멘코비치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화성의 생존 환경이 용존산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