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6개로 아웃 카운트 3개…'한화의 新무기' 좌완 임준섭
임준섭 "팀 동료들이 준 선물, 첫 PS…보답해야죠"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화 이글스 불펜이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신무기를 장착했다.
정규시즌이 개막할 때는 전력 구상에서 제외했던 좌완 임준섭(29)이 이번 준PO에서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22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임준섭은 "올해는 1군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 내 생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감격하며 "팀에 도움이 된다면 주전자라도 나르고 싶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는 마운드에서 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무척 효율적인 투구도 한다.
임준섭은 22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PO 3차전, 2-1로 앞선 5회말 1사 2루에 등판해 좌타자 송성문을 공 4개로 2루 땅볼 처리했다.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쳤던 송성문은 임준섭의 시속 142㎞ 직구에 막혀 범타로 물러났다.
임준섭은 미련 없이 마운드를 이태양에게 넘겼다.
20일 준PO 2차전에서도 5-7로 뒤진 8회 등판해 서건창과 제리 샌즈에게 공 한 개씩만 던져 범타 처리했다.
이번 준PO에서 임준섭은 공 6개를 던져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았다.
임준섭은 "타자에게 '치기 불편한 공'을 던져 맞혀 잡는 게 내 임무"라며 "우리 야수들이 타구를 잘 잡아준다. 과감하게 던졌고, 운이 따랐다"고 했다.
임준섭의 합류가 좌완 불펜에 고민이 컸던 한화에는 큰 행운이다.
임준섭은 2015년 5월 KIA 타이거즈에서 트레이드됐다. 한화는 유망주 유창식을 내주며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하는 젊은 좌완 임준섭을 영입했다.
그러나 임준섭은 이적 후 6경기만 던지고 재활에 돌입했다. 2016년 3월에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시작했다.
올해 5월 29일 소집해제 돼 한화로 복귀한 임준섭은 2019시즌 1군 복귀를 목표로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회는 더 일찍 찾아왔다. 좌완 불펜이 필요했던 한 감독은 9월 11일 임준섭을 1군에 등록했다.
임준섭은 1군 복귀전이던 9월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3으로 앞선 5회 등판해 공 5개로 1이닝(1피안타 무실점)을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정규시즌 10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4.32를 올린 임준섭은 준PO 엔트리에 승선했고, 팀이 치른 3경기 중 2경기에 나섰다.
임준섭은 "팀 동료의 도움으로 값진 경험을 한다. 한화로 트레이드된 후 보여드린 게 없어서 항상 죄송했는데 조금이나마 만회할 기회가 왔다"며 "'내년부터 정말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일단 이번 가을부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절친한 친구 임은지(29·성남시청)도 임준섭에게 힘이 되는 응원군이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재활을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임은지는 한국 여자장대높이뛰기 선수 중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메달(2014년 인천·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회 연속 동메달)을 수확했다. 전국체전 7관왕을 차지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친 임은지는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친구 임준섭을 응원한다.
임준섭은 "둘 다 부산이 고향이라서,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임은지는 국내 최고, 아시아 3위다. 고된 재활 끝에 친구가 좋은 결과를 냈으니, 나도 분발하겠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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