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석 "눈이 처져 울상으로 보일 뿐 늘 자신 있어요"
우리카드전에서 가스파리니 대신해 주포 역할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레프트 정지석은 1995년생으로 만으로 23살이다.
대한항공에서 어린 축에 속하지만, 프로 6년 차를 맞는 정지석은 어느새 팀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누르고 개막전 패배 이후 3연승을 질주했다.
경기 후 박기원 감독은 "오늘 좋았던 것은 가스파리니가 해결 못 해도 또 다른 해결사가 나타났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정지석을 가리킨 말이다. 정지석은 이날 서브 에이스 3개를 포함해 16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59.09%에 달했다.
외국인 공격수 밋차 가스파리니가 세계선수권대회에 다녀온 이후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지석은 주포의 몫을 대신하고 있다.
정지석이 팀 공격을 이끌면서 부담을 던 가스파리니는 3세트에서 뒤늦게 발동이 걸렸다.
가스파리니가 3세트에서만 8점을 몰아친 덕분에 대한항공은 세 세트 만에 경기를 손쉽게 마무리했다.
박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선수들의 체력 문제다.
비단 가스파리니뿐만이 아니다. 한선수, 정지석, 곽승석, 김규민 등 주전 4명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주전들 대부분의 체력이 방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감독은 "비시즌에 국제대회에 다녀오면 근력이 '제로'가 된다. 우리 팀은 더 문제가 되는 게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많으면 회복이 느리고 시간이 더 걸린다. 한선수와 가스파리니는 악으로 버티고 있고, 정지석은 그래도 젊어서 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석은 "과거에 형들이 말했던 것처럼 나도 이제 한 해가 갈수록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형들보다는 아직 회복이 더 빠른 거 같다. 어리니까 힘들다는 건 핑계 같고, 힘들어도 일단 이겨야 하니까 참고 있다"고 투지를 보였다.
정지석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아시안게임을 경험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대신 얻은 것도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플레이하면서 많이 배웠다. 배구는 연결이 중요한 스포츠라는 걸 새삼 알게 됐고, 이제 내 플레이에 자신감이 생겨서 망설이지 않고 과감해진 거 같다"고 말했다.
요즘 배구가 잘돼서 그런지 표정까지 밝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자 정지석은 "늘 자신은 있다. 그런데 눈이 처져서 울상이다. 집중하려고 가만히 있어도 형들이 인상 풀라고 한다. 오해가 생긴다"며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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