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제재완화 韓美 엇박자 우려에 "과정 달라도 같은 길"
靑 고위인사 "오히려 우리가 美 돕는 것…방향 같기에 美도 우리를 신뢰"
'英·佛, 中처럼 제재완화 등에 美의 눈치 본다' 판단…"남북관계 진척속도 엄청나"
"김정은 연내 방한 가능", "문대통령 '맞는 길 가고 있다' 확신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추동하기 위한 카드로써 대북 제재완화를 공식화한 것과 관련, 비핵화로 가는 목표가 같다는 점에서 미국과 다른 방향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 직후인 22일 기자들과 만나 '제재완화 공식화가 미국과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그런 게 아니다"라며 "가는 과정은 좀 다를지 몰라도 결국 같은 길로 가는 것이며,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내에도 다양한 의견은 존재할 수 있고 절차적으로 좀 다를지라도 가는 방향과 목표가 같기 때문에 우리를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도 (공식라인에서) 우리를 비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언급에는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추가 조치를 견인할 상응 조처인 제재완화를 공론화함으로써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둘러싼 대북 협의에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넓힌 것이라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은 제재완화 등에 대해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중국도 그러지 않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럽순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잇따라 만나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키면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두 정상은 비핵화 노력에는 공감하면서도 이에 대해선 즉답하지 않은 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관계 등은) 사실 진행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그러면)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지지만, 솔직히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한은 여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고, '북미정상회담 시점과 연관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두고 보자"고 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멕시코 방문길에 "다음다음 주 나와 북한 측 카운터파트의 고위급 회담이 여기에서 있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이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많은 합의를 이뤄졌기 때문에 (또) 만날 때가 됐다"며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선 "3∼4곳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6일 중간선거 이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면서 개최 장소로 미국은 아니라고 언급, 1차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제3의 장소에서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핵화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은 낙관적이다. 참모들이 걱정을 말하면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며 "시간이 걸려도 큰 틀에서 맞는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알게 모르게 해외를 다녀오는 게 언론에 노출되는 데 대해 대통령은 '안보실장이 밖에 다닐 때 알려지지 않도록 언론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도 하더라"고 소개하며 "아무래도 남북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교황 면담 시 배석했던 한현택 신부가 통역을 엄청 잘하더라. 그분이 테레사 수녀가 입었던 (작은) 옷 조각을 정의용 실장에게 주면서 '이것을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하더라"는 일화도 소개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던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을 언급하며 "15개 정상이 만나자고 요청할 만큼 문 대통령의 인기가 높았다"며 "그중 영국과 독일을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honeybee@yna.co.kr,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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