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란산 원유 재판매? 美, 대이란 제재 약화 우려

입력 2018-10-22 10:46
러시아가 이란산 원유 재판매? 美, 대이란 제재 약화 우려

이란 원유 수출 금지 2주 후 발효…러, 이란 지원 쉽지 않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출 금지 제재가 2주 후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은 이번 제재가 이란의 우방인 러시아의 훼방으로 빛이 바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가 이란산 원유를 사들여 다른 나라에 다시 수출하는 식으로 이란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도록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한편으로는 이란이 대체 수출로를 추구할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다음 달 5일부터 이란의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재개한다. 원유 수출은 이란 경제에 생명선이나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이는 미국의 가장 가혹한 대이란 제재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FT에 "이란은 자국산 원유를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 팔도록 하는 방안을 추구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그러한 방안을 생각조차 못 하도록 막을 것이며, 이란이 제재를 피하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러시아의 국익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의 이번 경고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 23일까지 러시아에 머물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해 러시아 고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도록 한국과 일본, 인도를 포함한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들을 단속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이란산 원유 수입은 전무했고, 이는 유럽연합(EU)의 유조선 보험 제공 중단 등 제재가 있었던 2012년 8∼9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또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에 수출 물량은 늘려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원유 생산량을 늘린 러시아의 경우 하루 생산을 40만 배럴까지 늘리면서 일일 생산량은 거의 1천140만 배럴에 이른다.

최근 미국은 일부 국가를 상대로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대폭 줄일 경우 일부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우려하는 대로 러시아가 이란산을 사들여 재판매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이란이 러시아에 원유를 팔려면 유조선을 써야 하는 데 이는 위성 등을 이용한 추적을 피하기가 어렵다. 또 영국 석유회사 BP가 지분 19.75%를 소유한 로스네프트를 포함해 러시아 회사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는 쪽을 택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에너지부 관리 출신으로 '헤지아이 리서치'(Hedgeye Research)에서 일하는 조 맥도니글은 "러시아는 원유가 필요하지 않으며, 그것은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며 이란 제재를 위반하는 것은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유 수출 제재가 임박하면서 이란은 내부적으로는 비상한 노력과 단합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편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21일 경제학자 출신인 파르하드 데즈파산드를 경제장관에 임명하는 등 노동장관과 산업장관, 도로장관 등 경제팀을 새로 구성했다.

이란 의회는 지난 8월 높은 실업률과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미흡한 대처를 이유로 노동장관과 경제장관에 대해 잇따라 불신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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