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은 지금] ③갯벌이 준 선물 함께 나눈다…함평 석두마을
체험 관광객 유치, 마을 소득 증가…특산물 활용 조미료 개발 착수
직영 음식점 개설 등 먹거리 아이템 개발 과제
(함평=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서해에 맞닿은 육지의 끝이 바위로 돼 있다는 의미로 붙여진 전남 함평의 석두(돌머리) 마을.
마을 앞에 펼쳐진 돌머리해수욕장은 바닷물이 빠지자 진갈색 갯벌이 속살을 드러냈다.
이 갯벌은 천혜의 자원으로서 예부터 지금까지 석두마을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선물했다.
마을 주민들은 철 따라 굴·바지락·세발낙지·칠게 등으로 '바다농사'를 지으며 삶을 꾸렸다.
석두마을 주민을 위한 독점적 혜택이나 마찬가지였던 그 갯벌이 지금은 훨씬 많은 이들에게 품을 벌려 안아주고 있다.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마음껏 갯벌을 체험하며 석두마을의 새로운 수입원이 됐다.
마을 주민들은 한평생 갯벌에서 살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초짜 외지인'들에게 전수하며 갯벌이 준 선물을 아낌없이 나눴다.
약간의 이용료를 받긴 하지만 대신 해변 한쪽에 마련한 특산물 판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했다.
마을 주민이 직접 잡은 특산물을 파는 진정한 '로컬푸드' 매장이다 보니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에는 수확량 전체가 동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마을 소득도 예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 요즘엔 주변 마을에서 '부촌'이라고 부를 정도다.
체험객 때문에 수확량이 줄어들까 걱정하던 일부 주민들도 지금은 관광객 체험 활동을 함께 돕고 있다.
주민 윤석철씨는 "노령인구가 많은 시골이지만 체험 활동을 도우며 일을 하다 보니 더 젊게 살게 되는 것 같다"며 "소득도 높아져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석두마을이 이처럼 바뀐 것은 2013년부터 85억원을 투입해 돌머리해수욕장 주변 유휴지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아무도 찾지 않은 갯벌에 탐방로를 만들었고, 썰물일 때 해수욕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수풀장을 만들어 무료로 운영했다.
또 그늘이 없는 해수욕장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자 26개를 세우는 등 마을의 세심한 배려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인근 해수찜 시설과 봄·가을마다 인기를 끄는 함평 나비·국화 축제도 시너지를 냈다.
석두마을의 노력으로 일 년 내내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고 올해에만 9월 기준 3만5천여명이 시골 어촌을 찾았다.
8년 만에 돌머리해수욕장을 찾아왔다는 관광객 배성철(42)씨는 "관광객을 위해 안전하고 편리한 시설을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다"며 "자연과 갯벌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하니 아이들과도 함께 오고 싶다"고 말했다.
특산물을 이용해 소득을 높이려는 주민들의 노력은 관광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있다.
함평에서 유명한 양파와 마을의 자랑인 칠게를 활용한 조미료를 개발하기로 하고 현재 최적의 혼합 비율을 연구·개발 중이다.
다음 달이면 1차 샘플이 나오는데 칠게의 감칠맛과 양파의 깊은 맛이 어우러져 어떤 음식에도 궁합이 잘 맞는 조미료가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다만 마을의 자랑인 굴(석화)과 세발낙지 등 특산 수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직접 선보일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돌머리해수욕장 주변이 공유수면으로 묶여 있어 요리할 수 있는 음식점 등 장소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손홍주 어촌계장은 "우리 마을의 특산물을 직접 조리하고 판매할 수 있는 음식점 영업이 가능하도록 지자체와 협의하겠다"며 "외부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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