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합공중훈련 유예결정에 소극적 태도 보인 韓국방부 '주목'

입력 2018-10-21 16:20
美연합공중훈련 유예결정에 소극적 태도 보인 韓국방부 '주목'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결정 美발표 하루뒤 韓 "유예협의" 발표

비핵화 대화촉진 위한 美 유예 제안에 정경두 "대안검토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12월 예정이었던 대규모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유예에 미 국방부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한국 국방부는 지나치게 신중한 입장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정경두 국방장관이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 회담 이후 벌어진 상황이다.

회담 직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 문제에 모든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도록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시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우리 국방부는 반응이 더뎠다.

사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정으로 북한 비핵화 촉진 차원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결정이 내려져 그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 등이 중지 또는 연기돼 비질런트 에이스 역시 유예될 것으로 전망돼왔다. 따라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는 그다지 놀라운 결정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9월 남북정상회담과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으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대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던 터여서 더욱 그렇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 국방부의 태도다.

국방부 등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싱가포르에서의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먼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12월 첫째 주로 예정됐던 비질런트 에이스를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정 장관은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려면 비질런트 에이스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시행하는 조정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제안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군 출신인 정 장관이 연합공중훈련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지상군과 달리 동일한 공간에서 대규모로 하지 않더라도 데이터 링크 등을 통해 물리적 공간의 이격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있다고 (매티스 장관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미 공군이 따로 훈련하더라도 군 지휘통제시스템을 활용해 연합훈련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정 장관의 제안이었다.

매티스 장관은 비질런트 에이스의 즉각적인 유예 결정을 제안했지만, 정 장관은 대안을 마련하자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미 국방부는 즉각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예 결정을 발표했으나, 우리 측은 미 국방부 대변인 성명에 대해서조차 "확인이 필요하다" 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만 하루 가까이 지난 20일 오후 기자들에게 배포한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관련 입장을 알렸다.

구체적으로 "한미 국방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면서 "양국 장관은 이러한 노력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데 공감했으며,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방부 성명과 달리 "비질런트 에이스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과 한미 해병대연합훈련 연기 때는 한미 국방부가 공동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이번에는 미측이 먼저 발표했고 발표 내용과 관련해서도 뉘앙스 차이가 확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 국방부 대변인이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 부분만 쏙 빼서 발표했다"며 "한미 국방장관 회담 다음 날인 20일 미측이 (정 장관이 제안한) 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했다. 매티스 장관도 충분히 설명을 듣고 공감해서 담당자들에게 한측의 제안을 잘 검토해 반영하되, 이런 논의가 한미군사위원회 본회의(MCM)와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잘 협의되고 조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결정에 우리 국방부가 미국 국방부와 비교하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군 내부에서 연합방위태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한미연합훈련 중지 또는 연기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주 국회 국방위원회의 19일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이왕근 공군참모총장은 '올해 비질런트 에이스를 예정대로 하느냐'는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의 질의에 "한미가 협조해 결정할 계획이다. 아직 결정이 안 됐다"라면서 "연합훈련은 지속하는 것이 좋다고 공군 입장에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는 달리 한미 국방장관회담 당시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 결정과 관련해 우리 국방부가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지침을 갖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5년부터 매년 12월 개최된 비질런트 에이스는 한미 공군의 전투기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이다. 작년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때는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와 F-35A가 동시에 참여해 북한이 강력히 반발했다.

한편, 내달 초 포항에서 시행할 것으로 계획된 한미 해병대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해병대연합훈련의 유예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간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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