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황제노역' 논란…징역 1년의 고통, 돈으로는 얼마일까
시민 "5천142만원 적당…남 대신 감옥 가려면 2억7천만원 받아야"
오정일 교수 "벌금형 시민체감액 10%도 안돼…물가상승 등 반영해 상향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벌금을 납부하는 대신 일당을 많게는 수억원으로 환산받아 교정기관에서 노동하는 이른바 '황제노역'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여론이 들끓는다. 그렇다면 일반인의 법감정에 따라 징역형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시민들은 평균적으로 징역 1년이 벌금 5천여 만원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부터 60대 이상 노년층까지 시민 6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21일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의 논문 '조건부가치 추정을 통한 징역형의 금전적 가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징역 1년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사람에게 징역 대신 벌금을 부과한다고 가정하고 측정한 '징역등가 벌금액'의 기댓값은 5천142만원이었다.
설문조사는 응답자가 제3자 입장에서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내린다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1천만원부터 1억원까지 벌금액수를 차례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했다. 1천만원은 응답자 모두가 부과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금액이 많아질수록 합당하다고 답하는 비율이 줄었다. 징역 1년 대신 벌금 1억원을 제시하자 전체의 9.8%만 그렇게 매길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이 옥살이의 당사자가 됐다는 전제에서는 징역 1년의 금전적 가치가 크게 달라졌다. 벌금을 내면 1년간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 지불 가능한 액수의 기댓값은 3천541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남 대신 1년간 수감생활을 한다고 가정하면 받아야 할 돈은 2억7천만원으로 뛰었다. 자신의 징역을 피하기 위해 3천541만원을 낼 수 있지만, 남의 옥살이를 대신 해주려면 2억7천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오 교수는 현행 형법의 벌금형 구조가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설문 응답자들이 객관적 입장에서 징역형의 금전적 가치를 산정한 징역등가 벌금액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429만원이다. 최저임금인 시간당 7천500원에 하루 8시간 노동을 가정한 월 최저소득 약 120만원의 3.6배다. 논문은 이를 최저소득에 수감생활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포함된 값으로 판단했다.
반면 형법에서 징역형과 벌금형 가운데 선택 가능하도록 한 처벌규정의 경우 징역 10년은 벌금 2천만원과 함께 법정형 상한이 정해진 경우가 많다. 대체로 징역 5년은 벌금 1천500만원, 징역 3년은 벌금 1천만원에 해당한다. 현행 형법상 징역 1개월은 벌금 22만원에 해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벌금액이 시민이 체감하는 금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징역 형량에 해당하는 벌금액수가 제각기 다른 점도 문제다. 존속감금죄와 특수강요죄는 모두 징역형의 상한을 10년으로 규정했지만, 벌금형 상한은 각각 1천500만원과 5천만원으로 격차가 크다. 업무상 횡령·배임 역시 징역형을 10년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벌금은 3천만원까지 가능하다.
1953년 제정된 형법이 수십 차례 개정되는 과정에 화폐가치 변동이 반영되지 못하고 징역형과 벌금형의 비례관계 역시 불분명해진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오 교수는 "법정형이 시민의 법적 인식을 전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형법 개정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시민의 인식을 반영해 벌금형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문은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가을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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