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앞두고 'SNS 여론조작' 파문에 혼란 가중

입력 2018-10-21 08:04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앞두고 'SNS 여론조작' 파문에 혼란 가중

왓츠앱 통한 메시지 대량살포 정황 드러나…선거법 위반 논란

대선 승리 유력한 극우 후보에게 불똥 튈지 관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를 1주일여 앞두고 터져 나온 '소셜네트워크(SNS) 여론조작' 파문으로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선거홍보 업체가 주요 대선후보 캠프에 메시지 대량살포를 대행해 주는 대가로 거액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선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유력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는 '크록(Croc) 서비스'라는 업체가 제3자를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가입자 명단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메신저인 왓츠앱을 이용해 메시지를 대량살포해 주겠다며 주요 대선후보 캠프에 거액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크록 서비스와 대선후보 캠프 간에 주고받은 이메일과 계약서를 증거로 제시하면서 "이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어 크록 서비스가 중도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제라우무 아우키민 후보 캠프에 870만 헤알(약 26억5천만 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7월 30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계약서에는 왓츠앱을 이용해 메시지를 대량살포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대금 결제 방식도 언급돼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아우키민 후보 캠프의 디지털 분야 책임자는 '크록 서비스'가 제시한 조건을 거부하고 당원과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한 지지자들에게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을 선택했으며, 이를 위해 49만5천 헤알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크록 서비스의 페드루 프레이타스 대표는 "이런 홍보 방식이 선거법에 위반되는지 몰랐다"며 실제로 이루어진 홍보 서비스는 합법적인 계약에 따랐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SNS 여론조작' 파문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극우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불똥이 튈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 18일 왓츠앱을 통해 좌파 노동자당(PT)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대량 살포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뒷돈을 댄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기업의 지원 규모가 1천200만 헤알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보우소나루 후보를 지원하고 노동자당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의 승리를 막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보도가 나오자 노동자당은 경제적 권력 남용과 언론매체 불법 사용 등을 들어 보우소나루 후보를 연방선거법원에 고발하고, 여론조작에 개입한 의혹을 사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에 수사를 촉구했다.

노동자당은 "선거법에 금지된 기업의 기부가 이뤄졌고 가짜 뉴스를 퍼뜨려 선거에 불법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기업의 여론조작 개입이 사실로 확인되면 보우소나루의 대선후보 자격이 박탈되거나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당선 무효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시루 고미스 후보가 속한 민주노동당(PDT)은 대선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후보 캠프는 "대선 캠페인은 보우소나루 후보를 지지하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관련설을 부인하면서 노동자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도 "일부 기업이 그런 일을 했더라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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