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디바' 미땀 K팝 성지 서울 공연…"두 나라 닮았죠"

입력 2018-10-21 06:00
'베트남 디바' 미땀 K팝 성지 서울 공연…"두 나라 닮았죠"

장충체육관서 첫 서울 콘서트에 2천500명 성황

유학생·이주노동자 대거 몰려…비행기 타고 오기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고마워요 서울, 반갑습니다 베트남 팬 여러분, 제 첫 번째 한국 콘서트에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20일 저녁 베트남 정상의 디바 미땀(Phan Thi My Tam·37)의 콘서트가 열린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은 한국 속 작은 하노이로 변했다.

공연장 안팎은 베트남 유학생들과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베트남 현지에서 날아온 이들로 북적였다. 공연장에는 2천500여명이 입장했다. 한국에 V팝이 생소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경희대 학생 트란 응웬 티엔(Tran Nguyen Tien·32) 씨는 "미땀은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이자 만인의 아이돌"이라며 "모국 가수의 공연을 한국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감격스럽다. 수원에 사는 친구들까지 함께 왔다"고 말했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미땀은 지난 9월 15일 내한공연을 계획했다가 한국행 비자를 받아야 하는 베트남 팬들을 위해 일정을 늦췄다. 일부 한국 기업도 이주노동자를 위해 표를 예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땀은 이날 오후 7시 30분 무대에 올라 2시간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규 9집 '미땀9'의 'dung hoi 'em'(Don't Ask Me)를 시작으로 'Co Ay La Ai'(Who is she), 'Muon Mang La Tu Luc'(late), 'Chuyen Buon'(Sad story), 'Lanh Lung'(cold cold girl), 'Anh chua tung biet'(You never know), 'Dau Chi Rieng Em'(Not only me) 등 수록곡을 차례로 선사했다.

이어 'Uoc Gi'(I Wish), 'Nguoi Hay Quen Em Di'(나를 잊어줘), 'Vi Em Qua Yeu Anh'(당신을 너무 사랑하기에) 등 대표곡을 부르며 관객과 한목소리를 냈다. 미땀의 폭발적인 성량, 화려한 무대 매너는 팬들의 환호성과 어우러져 공연장을 들썩이게 했다.

아울러 미땀은 서양식 드레스,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부터 한복까지 다양한 의상을 갈아입었다. 베트남어, 한국어, 영어로 번갈아 소통했고, 히트곡 '사랑하기에'는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불러 박수를 받았다. 가수 장윤정의 '이따 이따요'도 짧게 선보였다.



콘서트에 앞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땀은 한국에서 고국 팬들을 만난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놨다.

다음은 미땀과의 일문일답.

-- 한국에서 첫 음악작업은 언제였나요.

▲ 2004년 뮤직비디오 '포에버 러브'(Forever Love)를 서울 경복궁에서 촬영했습니다. 제가 처음 작사·작곡한 노래였어요. 제1회 아시아송페스티벌에 참석했던 기억도 나네요. 한국에서 이렇게 단독 라이브 공연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꿈만 같습니다.

-- 2000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신인 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 원래 호치민음악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어요. 음악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콘테스트에 참여한 걸 계기로 가수가 됐죠. 어릴 땐 안전한 직업인 교사를 택해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가수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 '베트남 이효리'라는 별명이 있던데요.

▲ 저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웃음) 이효리 씨와 추구하는 음악 장르는 다르지만, 솔로 디바라는 공통점 때문에 그렇게 부르시는 것 같아요.



-- 2017년 발매한 정규 9집은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1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베트남 가수로는 최초 기록인가요.

▲ 그렇습니다. 그런 역사가 없었는데, 제가 올라갈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처음에는 믿지 못했습니다.

-- 요즘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선 어떤 음악이 유행인가요.

▲ EDM, 힙합, 록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듣습니다. 음악을 접할 채널이 다양해진 덕분인 것 같아요. 유튜브를 많이 보고, 국내 음원사이트 징(ZING)도 씁니다. 이제 CD는 베트남에서도 사용하지 않아요. 유튜브는 귀로 듣는 매체라기보다 눈으로 보는 매체여서, 저도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많이 신경 씁니다.

-- 변신에 대한 부담감도 있겠네요.

▲ 해야 할 음악이 너무 많아서 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발라드만 해도 시대별로 스타일이 다르니까요. 관객이 듣고 싶어 하는 장르가 있다면 거기에 맞춰 곡을 만들 것입니다.

-- 한국 음악도 베트남에서 환영받고 있나요.

▲ 네. '한류'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통용된 지 10년쯤 된 것 같습니다. 베트남 음악 시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원래 아시아 문화권끼리는 공통점이 많지만, 특히 베트남과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음식 문화, 음악 듣는 스타일, 해외 문화에 개방적인 자세 등에서 유사점을 느낍니다.



-- 데뷔하고서 18년간 음악을 놓지 않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우선 노래하는 걸 사랑했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또 정상에 올랐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노래를 부르려 노력했습니다. 일하는 걸 좋아해서 어떻게 해야 발전할지 늘 생각했지요.

--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로 나설 계획은 없나요.

▲ 사실 제작자가 되는 건 관심 없습니다. 한 사람, 한 그룹을 제작하는 것보다 좀 더 광범위하게 후학을 기르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면 제 이름을 걸고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습니다. 국내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데, 지금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찾아오면 개인적으로 봐주곤 합니다.

--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후배 가수가 있나요.

▲ 선뚱MTP(SON TUNG MTP), 득푹(DUC PHUC), 동니(DONG NHI)의 노래를 권하고 싶습니다.

--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 우선 베트남에서 오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비자도 받아야 하고, 오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아울러 제게 관심을 가져주신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한국에 베트남 음악을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팬이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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