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발차' vs '출범 연기'…고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민주노총 참여 결정 지연에 출범 일정·방식 다시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민주노총의 참여 결정이 늦어지면서 고심하고 있다.
경사노위 출범 시점을 두고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의견 대립 양상까지 나타난다.
21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다음 달 민주노총을 포함한 '완전체'로 공식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민주노총이 올해 안으로는 합류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출범 일정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여부 결정은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을 빼놓은 채 공식 출범할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기로 할 때까지 출범을 미룰지 결정해야 한다.
경사노위는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개정에 이어 지난달 시행령 개정으로 조직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갖췄으나 아직 공식 출범을 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임시 회의체인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사회적 대화의 최상위 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에는 양대 노총 위원장, 경총·대한상의 회장, 고용노동부 장관, 경사노위 위원장 등 6명이 참가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8월 노사정 대표자회의에는 복귀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조만간 노사정 대표자들이 민주노총의 참여 지연 문제와 관련해 경사노위 공식 출범 일정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 출범을 가장 서두르는 것은 한국노총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2일 노사정 대표자 4차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개문발차'(開門發車)를 거론했다. 일단 경사노위 체제를 띄워놓고 민주노총의 합류를 기다리자는 얘기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국민연금 개편, 사회안전망 확대 등 핵심 현안 논의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게 한국노총의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개혁 의제를 밀어붙여야 하는데 지금도 이미 늦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경사노위가 공식 출범하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경사노위 출범을 미루고 지금의 노사정 대표자회의 체제로 갈 경우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포함한 현안을 논의하는 4개 의제별 위원회는 노사정 대표자회의 산하에 이미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4개 업종별 위원회와 연금개혁 특위도 곧 발족한다.
경사노위가 출범할 경우 의제별·업종별 위원회 등은 경사노위 산하로 옮겨져 민주노총은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9일 담화문에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의 예비적 기구인 노사정 대표자회의 산하 의제별, 업종별 위원회와 더불어 대(對)정부, 대국회, 대정당 협의를 병행하며 민주노총 요구 의제를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 체제를 유지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요구 의제의 사회적 논의를 표류시키거나 각종 교섭 및 협의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하려는 시도나 흐름에는 분명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노사정 대표자들이 경사노위 출범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댈 경우 민주노총이 정기 대의원대회를 개최하는 내년 1월까지 기다리는 방안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에 참여하기로 결정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임시 대의원대회가 무산된 것도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민주노총 내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시각이다.
노사정 대표자회의 체제로 사회적 대화를 이어갈 수는 있어도 경사노위 체제에서 가능한 사회적 합의의 구속력 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당초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의 합류를 끌어내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첫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사회적 대화의 분위기를 띄울 계획이었으나 출범 일정부터 다시 잡아야 할 상황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노사정 대표자들이 경사노위 출범 일정을 논의할 경우 어느 쪽으로 가닥이 잡힐지 예상할 수 없다"며 "여러 주체의 의견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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