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26일 지주사 회장 선출 착수…내달 이사회 전 내정
회장 후보에 현 은행장 포함…사후적 겸직 가능
우리은행 내외부 인사 10여명 회장 후보로 거론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우리은행이 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한 대표 선출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
26일 이사회에서 후보 추천 방식을 결정해 다음 달 23일 이사회 전까지 후보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6일 이사회에서 지주사 회장 후보 선출 방식을 결정한다.
정식 안건으로 다루기보다는 사외이사만 모여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인 지주사 회장 후보자인 손태승 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장 후보 선출 방식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사외이사들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회장 후보 대상자를 어느 범위로 할지를 협의한다.
이는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겸직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앞서 이달 2일과 8일 열린 간담회에서 사외이사들은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할지 분리할지 등 지주사의 지배구조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지주사 설립 승인 전에 지주사 회장 후보가 확정되길 바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사외이사들이 모였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일단 회장 후보자 선출작업을 진행하되 현 은행장이 후보자로 뽑히면 자연스럽게 회장-행장 겸직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회장-행장 분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간담회에는 과점 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 중 4명만 참석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 이사는 함께하지 않았다.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을 18.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IMM PE와 동양생명[082640], 한화생명[088350], 키움증권[039490], 한국투자증권,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구성된 7대 과점주주의 지분은 27.22%다.
지주사 회장을 서둘러 뽑을 필요가 없다고 당국의 입장이 돌아서고 최대주주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지배구조 논의는 26일로 미뤄진 것이다.
일단 지주사 회장을 선출하고 사후적으로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금융당국의 입장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당국은 우리은행의 지주사 지배구조에 적잖은 관심을 드러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회장·행장 겸직 관련 무엇이 좋은지) 우리 생각은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8일에는 "다른 은행들을 봐도 겸직을 했다가 결국은 분리하는 쪽으로 갔다"면서도 "우리은행은 은행 비중이 90%가 넘어 처음부터 분리하는 게 맞는지, 겸직으로 하면 언제까지 겸직할지 이런 부분들을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든 특정한 사람에게 한자리를 주려고 회장직을 분리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회장-행장 분리를 염두에 두고 있으나 분리를 주문했다가 '위인설관'한다는 비판을 받을까 경계하는 눈치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는 회장-행장 분리 체제다. KB금융지주가 윤종규 지주 회장이 행장직을 같이 맡았다가 지난해 11월 허인 은행장이 선임되면서 회장·행장이 분리됐다.
당국 입장에서는 은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금융 여건상 회장-행장 분리를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결국 회장-행장 분리로 가되 현 은행장이 후보자로 결정되면 회장-행장 겸직을 용인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속내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3일 이사회 전까지 회장 후보를 결정해 이사회에서 이를 결의할 예정이다.
주주총회 소집을 결정하는 이날 이사회에서 주총 안건인 주식이전계획서에 지주사 회장 '이름'이 필요해서다.
주식이전계획서는 은행의 지분을 지주사에 이전한다는 내용으로 12월 주총에서 의결된다.
주주들의 찬반 의견을 묻기 위해서는 지분을 이전할 지주사가 어떤 형태로 꾸려지고 대표는 누가할지에 대한 설명이 주식이전계획서에 있어야 한다.
민영화 이후 은행장 선출 선례와 지금까지 논의에 비춰볼 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우리은행 내외부 인사 10여명가량으로 후보자 명단을 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손태승 은행장을 비롯해 신상훈 우리은행 사외이사,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김희태 전 신용정보협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 등 우리은행 내부·출신·외부 인사 10여명이 회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주사 회장 후보는 다음 달 중순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은행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선출작업을 개시한 지 11일 만에, 이광구 전 은행장은 21일 만에 후보자로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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