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 2차핵담판은 내년초?…폼페이오 '열흘쯤뒤 고위급회담'

입력 2018-10-20 09:35
수정 2018-10-20 15:07
북미정상 2차핵담판은 내년초?…폼페이오 '열흘쯤뒤 고위급회담'

북미 고위채널 가동, 정상회담 준비 탄력받나…빅딜 조율 주목

'비건-최선희 라인' 향배는…北 고위급 인사 백악관행 재연되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열흘쯤 뒤'라며 북미 간 고위급 회담 일정표를 제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간 2차 핵 담판의 날짜와 장소를 정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 채널 가동을 예고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작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 시점과 관련, 같은 날 미국 고위관리 발(發)로 '연초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시기적으로는 연내를 넘길 공산도 적지 않아 보인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잡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약 열흘 내에" 자신과 북한측 카운터파트의 고위급 회담이 '여기'에서 열리기를 매우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간 가동 채널로 자신과 북한 카운터파트가 만나는 '고위급 회담'을 적시했다는 점과 그 장소로 '여기'라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당시 북미가 실무협상단 조기 가동에 합의한 이후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협상 일정이 정해졌다는 소식이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그사이 '비건-최 라인' 가동을 통한 실무 논의를 토대로 고위급 조율에 나서겠다는 건지 주목된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현실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소통하는 '톱다운' 협상 방식에 실무 단위에서부터 점차 위로 올라가는 '바텀업' 방식이 가미되는 셈이다. 이 경우 '다음 주 실무협상→다음다음 주인 이달 말 또는 내달 초께 고위급 회담'의 일정표가 짜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대표는 러시아에 이어 프랑스, 벨기에 방문 일정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동안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는 실무협상이 '1∼2주 이내에'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비건-최 라인'의 실무 채널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내놓지 않아 일각에선 이를 건너뛴 채 고위급 회담으로 직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카운터파트'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물밑채널을 가동해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군 출신 강경파인 김 부위원장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반감이 없지 않지만 그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서 협상을 진두지휘해 나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유엔총회 기간 만난 '직제상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염두에 두고 언급했을 가능성도 차단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이 고위급 회담의 장소로 언급한 '여기'가 어딜 말하는 건지도 확실치는 않다. 인터뷰가 진행된 멕시코를 뜻했다기보다는 미국을 가리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그의 카운터파트를 워싱턴DC에서 만난다는 뜻이냐'는 기자 질문에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구체적 언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고위급 회담' 개최 언급을 두고 그의 카운터파트가 특사 자격으로 방미, 시간과 장소 등 2차 북미정상회담의 큰 윤곽을 확정하는 성격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북한 고위 인사의 백악관행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앞서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과정에서도 김 부위원장이 5월 말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길에 올라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한 뒤 6월 1일 워싱턴DC로 이동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전례가 있다. 한차례 '취소 발표'됐던 북미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날아온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다시 살아났었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와 함께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방미하는 '파격' 시나리오를 그리기도 한다. 김 위원장은 4차 방북 때도 미국 내 정서를 감안,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 당시 김영철 부위원장 대신 김 부부장을 배석, 미국 측을 배려하는 제스처를 보낸 바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작업이 본격화되더라도 시기 자체는 순연되면서 올해를 넘길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시간표와 관련, '11·6 중간선거 이후'라고 이미 못 박은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내년 1월 1일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조만간'도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 가까운 미래를 지칭한 건지는 확실치 않다.



앞서 1차 북미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약 한 달 전인 5월 10일 트위터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양측이 의제 및 의전 분야를 놓고 투트랙 실무협상을 이어간 전례에 비춰볼 때 최소한의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당장 물리적으로 11월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12월에 열릴 수도 있지만 바로 연말 분위기가 되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내년 초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 12일 라디오인터뷰에서 2차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 "두어 달 안에(in the next couple of months)"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여기에 북한이 최근 들어 공세의 무게중심을 종전선언에서 제재완화로 옮겨가며 미국 측과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물밑 신경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북미 간 주고받기 조율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에 따라 회담 개최 시기가 유동적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인 셈이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 성적표가 북미정상회담 개최 동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북미 정상 모두 2차 회담 개최 의지가 강한 점 등에 비춰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