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이야기꾼 박경림, 관객의 이야기를 듣다
'리슨콘서트' 개최…"데뷔 직후보다 철든 지금이 더 좋아요"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20년 동안 '말하는 사람'으로 활약한 방송인 박경림(39)이 '듣는 사람'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박경림은 데뷔 20주년을 맞아 19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리슨 콘서트'를 열었다. ''리슨 콘서트'는 박경림이 그동안 열었던 토크 콘서트와는 달리 관객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콘셉트로 마련됐다.
공연은 이날 저녁 8시께 박경림의 "박경림입니다"라는 우렁찬 소개로 시작됐다. 공연장을 채운 600여명의 관객은 힘찬 박수로 그를 맞았다. 공연장에는 중년 관객이 많았다.
박경림은 무대에 올라 "말하는 사람에서 듣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이번 콘서트를 소개했다.
"말하는 직업 가진 지 20년 됐는데, 그동안 제 뇌에는 제 이야기밖에 없었어요. 마흔이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 많이 했는데, 최근에 깨닫게 됐어요. 그동안 많은 사람이 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걸요. 제가 그 터가 돼주고 싶어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힘이 되잖아요. 제 말이 길어지면 마이크를 꺼주셔도 좋습니다."
무대 중앙에는 대형 스크린이 마련돼 본인 이야기를 하는 관객 한 명 한 명을 모두 비췄고 한쪽에는 'LISTEN'이라는 글자 조형물이 세워졌다.
최근 수많은 영화 행사를 진행하며 '영화 요정'으로도 통하는 박경림은 홀로 넓은 무대를 채웠다.
박경림의 의상과 같이 빨간색 조끼와 흰색 셔츠를 입은 자신의 3D 캐릭터를 스크린에 등장시킨 후 자기 노래 '착각의 늪'에 맞춰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관객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박경림은 먼저 본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데뷔 이후 '뉴 논스톱' 출연, 최연소 연예대상 수상까지 계속 제 삶이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그때는 누가 날 올려보는 게 좋았다. 그 이후로 그래프가 계속 내려갔다"며 "그러나 지금이 더 좋다. 더디지만 철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관객들도 그네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때 비행 청소년이었다는 음악 프로듀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주부, 트로트 가수가 꿈이라는 40대 여성, 자신 삶의 이유인 할머니와 함께 온 다양한 관객들이 본인 이야기를 털어놓자 박경림은 적절한 리액션으로 끊임없이 공감했다.
그는 "나도 산후우울증, 유산 등을 겪으며 우울증을 겪었다. 예능에 나와서 우니까 '왜 우냐'고 욕도 먹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가 하면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여성에게는 "한번 불러보라"고 순발력 있는 진행을 이어갔다. 관객들도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웃고 울었다.
깜짝 게스트로는 박경림의 '절친'인 박수홍이 등장했다.
박수홍은 "나는 행운아다. 제 삶 속에서 박경림을 만나서 다행이다"고 박경림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으며 "지금은 사랑에 대해 꿈을 갖고 있지만, 운명에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경림은 박수홍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박경림의 '리슨콘서트'는 21일까지 총 세 차례 열린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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