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켜내야죠"…'독도강치상' 식민지박물관 기증한 학생들

입력 2018-10-20 09:00
수정 2018-10-20 13:47
"독도 지켜내야죠"…'독도강치상' 식민지박물관 기증한 학생들

청심국제중고등학교 동아리 '해밀', 손수 모은 성금으로 만들어 기증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독도 지킴이'를 자처한 중고교생들이 손수 모은 돈으로 독도를 상징하는 '강치' 조각상을 만들어 기증하기로 했다.

20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경기 가평에 있는 청심국제중고등학교 학생 동아리 '해밀' 소속 학생과 학부모 30여명은 '독도의 날(10월 25일)'을 앞둔 2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에 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을 방문해 독도강치상을 기증한다.

강치는 한때 독도에서 3만∼4만 마리가 서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포유류로, 18세기까지만 해도 독도를 최대 번식지로 삼을 만큼 흔했던 동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무분별한 포획으로 점차 개체 수가 줄더니 현재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평소 주기적으로 독도를 방문하고 관련 플래시몹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온 이들 학생은 강치상 제작 기획부터 조각가 선정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학교 축제 등 각종 행사에서 강치 디자인의 네임 태그나 볼펜을 만들어 팔아 약 450만 원의 기금을 조성해 조각상 제작에 썼다.

학생들이 의뢰해 제작한 강치상은 가로 40㎝·세로 37㎝·높이 45cm 크기로,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 크롬 코팅을 했다.



조각상에는 '우리 땅 독도에 살던 강치를 기억하며 동해바다 독도 수호의 작은 불씨가 되고자 강치상을 세우다'라는 글이 한글과 영어, 일본어로 각각 적혀있다.

강치상을 만든 김성래 작가는 "올 4월 말께 소녀상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전시회를 하던 때 학생들이 연락을 해왔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직접 작업실에 들러 본인들의 독도 수호 활동을 소개하면서 작품을 의뢰해왔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주제로 조각상을 만든 바 있는 김 작가는 "독도 강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며 "일본은 강치로 박물관과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 교육한다는데 우리도 문화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조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들 학생과 함께 향후 소형 강치상을 제작해 기금을 조성, 대형 강치상을 만들 계획이다.

김 작가는 "요즘 어린 학생들은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성인이 돼서도 이런 활동을 하겠느냐고 물으니 장기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학생들은 기증을 하고 난 나머지 2개의 조각상 중 하나는 자신들이 참여한 공모전 주최 측인 동북아역사재단에 기증하고, 하나는 학교에 전시할 방침이다.

s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