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 잠잠하자 폭발한 장타 본능…켑카, 7언더파
노보기에 버디 7개 잡은 피어시, 단독 선두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17-2018 시즌에 메이저대회 2승을 올리며 올해의 선수를 꿰찬 브룩스 켑카(미국)의 장타 본능이 깨어났다.
켑카는 19일 제주 서귀포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PGA투어 더CJ컵 2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7언더파 65타를 몰아쳤다.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로 스콧 피어시(미국)에게 단 1타 뒤진 2위로 올라선 켑카는 2018-2019 시즌 첫 우승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전날 선수들을 괴롭히던 제주 바람이 다소 숨을 죽이자 PGA투어에서 손꼽는 장거리 타자 켑카는 거침없는 드라이버샷으로 코스를 유린했다.
지난 시즌 평균 티샷 비거리 8위(313야드)의 켑카는 18번홀(파5·568야드)에서 장타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최단 거리지만 중간에 숲이 들어앉아 웬만한 장타자가 아니면 선택하기 힘든 페어웨이 왼쪽을 노려 친 켑카의 티샷은 홀에서 165야드 떨어진 지점에 안착했다.
켑카의 두 번째 샷은 홀 2m 옆에 떨어졌고 가볍게 이글을 잡아냈다.
"가능하면 드라이버를 자주 잡겠다"며 장타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공언했던 켑카는 8번홀(파4·353야드)에서도 드라이버로 그린을 곧장 공략해 버디를 뽑아냈다.
켑카와 함께 경기를 치르며 아이언 티샷에 이어 웨지샷으로 버디를 만들어낸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비교됐다.
켑카가 12번홀(파5·598야드)에서 드라이버로 때린 볼은 떠서 날아간 거리만 312야드에 이르렀다. 켑카는 232야드를 남기고 아이언으로 그린에 볼을 올려 수월하게 버디를 챙겼다.
장타력뿐 아니었다. 딱 세 번 그린을 놓친 그는 1번홀(파4) 10m 버디, 2번홀(파3) 5m 버디가 말해주듯 퍼트 솜씨도 만만치 않았다.
9번홀(파5)에서 드라이버로 힘껏 때린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져 해저드로 사라진 게 옥에 티였다. 네 번째 샷으로도 그린에 올라오지 못한 그는 그러나 50야드 거리에서 홀 1m 옆에 떨구는 탄도 높은 샷으로 보기로 막아냈다.
지난 4월 취리히 클래식에서 3년 만에 생애 네 번째 우승을 거뒀던 39세 베테랑 피어시는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솎아내 단독 선두에 나섰다.
피어시는 "어제와 달리 바람이 많이 잠잠해져서 경기가 편했다"면서 "오늘은 특히 퍼트가 아주 잘 됐다. 특히 먼 거리 퍼트를 많이 성공했다. 내일도 퍼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경기를 치르고 건너온 피어시는 "따뜻한 옷을 준비하지 못해 한국에 와서 구했다"면서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경기해 눈길을 끌었다.
첫날 선두 체즈 리비(미국)는 2타를 줄여 2타차 3위(6언더파 138타)로 내려앉았다.
바람이 잠잠해지면서 1라운드와 달리 타수를 크게 줄인 선수들이 쏟아졌다.
알렉스 노렌(스웨덴)은 7언더파를 때려 공동 4위(5언더파 139타)로 치고 올라왔고 1라운드에서 4오버파로 헤맸던 브라이언 하먼(미국)은 무려 8언더파 64타를 때려 공동6위(4언더파 140타)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고국 무대에서 우승에 도전한 한국 선수들은 선두 경쟁에서 한발 물러섰다.
전날 1타차 2위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김시우(23)는 1타를 잃어 공동15위(2언더파 142타)로 뒷걸음쳤다.
제주 출신 강성훈(31)이 5타를 줄이며 김시우와 같은 공동15위로 올라와 선두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안병훈(27)은 5오버파 77타로 부진, 공동62위(3오버파 147타)로 밀려났다.
전날 웹닷컴투어 올해의 선수, 신인왕을 수상한 특급 신인 임성재(20)는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30위(이븐파 144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작년 이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세계랭킹 4위 토머스는 2언더파 70타를 적어내며 공동22위(1언더파 143타)로 반환점을 돌았다.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7번홀(파3·176야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볼이 홀에 빨려 들어가는 홀인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홀인원 상품은 13번홀과 17번홀에만 걸려 있어 케이시는 축하 인사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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