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고 1주기…"리프트 대신 승강기를"
장애인단체 한경덕씨 추모제…"서울시, 승강기 설치 약속 실행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2017년 10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1·5호선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에서 추락했다가 숨진 고(故) 한경덕 씨의 사고 1주기 추모제가 19일 신길역에서 열렸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오전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한씨를 추모했다. 고인은 이 계단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5호선 방향으로 내려가려다가 계단으로 떨어져 크게 다쳤고, 98일간 투병 끝에 올해 1월 25일 숨을 거뒀다.
계단 앞에는 '추락참사 1주기 추모제'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 검은 천을 덮은 단상이 마련됐고, 단상에는 영정 대신 '살인리프트 희생자'라고 적힌 그림이 놓였다. 참가자 30여명이 분향과 헌화를 시작하자 역사 안에 가득했던 델리만쥬 냄새를 향내가 덮었다.
서울장차연은 "지체장애 1급인 한씨는 운동기능을 상실한 왼팔 대신 오른팔로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참변을 당했다"면서 "추락 참사가 일어난 지 300여일 만인 올해 9월에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사과를 받아냈지만 반쪽 사과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시는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계획했으나, 서울교통공사는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마천·까치산·종로3가·구산·새절·대흥·수락산·청담·고속터미널·복정 등 지하철역에 대한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서울장차연은 "지난달 20일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는 장애인 1명이 승강장과 객차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빠지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다"면서 "모든 사람이 지하철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추모제에 참가한 휠체어 장애인들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위험한 리프트는 모두 철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도 추모제에 앞서 한 장애인 참가자가 기계 고장 때문에 한동안 리프트에서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
지난달 한 행사에서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보겠다'고 발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꼭 휠체어 리프트도 타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연 장차연 사무국장은 "한씨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함께, 장차연에서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제기한 차별규제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라면서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서 아무도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추모제가 끝나고 한씨가 사고를 당했던 리프트에 '살인기계 리프트 철거하라',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지하철 이용 안전대책 마련하라' 등이 적힌 종이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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