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유럽, 데이터 유통 국제규정 제정 추진

입력 2018-10-19 10:36
미·일·유럽, 데이터 유통 국제규정 제정 추진

중국 모델 확산 맞서 데이터 '무역권' 주도권 경쟁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정부가 미국, 유럽연합(EU)과 연대해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 유통의 국제규칙 제정을 추진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개인과 기업의 정보를 보호하면서 인공지능(AI) 등을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목표다.

EU는 올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역외로의 개인정보 이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제조치를 시행했다. 미국에서도 페이스북과 구글의 개인정보 유출로 IT(정보기술) 공룡기업들의 사업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불리는 거대 IT업체를 전면에 내세워 국가가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관리사회형 데이터 유통체제를 구축, AI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모델의 데이터를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에 판매하기 시작해 중국 모델의 국제무대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EU, 미국의 데이터 유통 규칙 제정 추진은 데이터 '무역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주도권 경쟁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보호와 사이버 보안대책이 미흡한 국가와 지역, 기업으로의 데이터 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칙 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경을 넘어 개인정보 관련 데이터를 이전할 때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받도록 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라이트하우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하는 미일무역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일본이 의장국이 될 내년 6월 선진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목표다.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유럽사법당국이 구체적인 규칙을 마련해 각국이 관련법 정비를 추진하도록 한다.

일본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데이터의 세계는 지금까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닷컴)로 불리는 미국 IT 공룡기업이 주도해 왔다.

그러나 EU가 지난 5월 개인정보의 역외이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일반정보보호규정(GDPR)을 시행하고 페이스북, 구글의 데이터 유출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미국내에서도 GAFA 규제론이 분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EU의 GDPR 시행과 데이터 유출로 GAFA의 패권이 흔들리는 틈을 이용해 일본이 유럽과 미국을 중재,국제적인 규정 제정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유럽의 GDPR를 준거로 한 규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유럽의 기준에 얼마나 양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본 정부가 데이터 유통 국제 규정 제정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중국 모델이 데이터의 세계 무역을 주도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BAT를 전면에 내세워 국가가 7억이 넘는 인터넷 이용자 개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질과 양이 우수한 데이터를 이용하면 인공지능의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일본과 미국, 유럽은 인권을 고려해 익명화한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능력에서 중국에 뒤질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국가가 주도하는 관리사회형 중국 모델의 데이터 무역권이 형성돼 패권을 장악하기 전에 투명성이 높고 인권도 고려하는 무역권을 구축하면 역내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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