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英 재무장관도 불참…카슈끄지 파문에 '사막의 다보스' 휘청(종합)

입력 2018-10-19 10:01
美佛英 재무장관도 불참…카슈끄지 파문에 '사막의 다보스' 휘청(종합)

글로벌 재계인사·언론도 보이콧 잇따라…"사우디 정부, 의문에 답해야" 압박



(뉴욕·서울=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김연숙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미국과 프랑스의 경제수장들도 결국 오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불참 행렬에 동참하기로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다. 우리는 결정했다"면서 "나는 사우디에서 열리는 FII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카슈끄지 피살 의혹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가 나오면 FII 참석 철회를 살펴볼 것"이라면서 원칙적 참석 입장을 유지했던 데서 불참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사우디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재무장관이 불참을 결정한 것은 카슈끄지 피살 의혹이 전 세계적 뉴스로 확산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안의 폭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터키를 방문하고 돌아온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직후 불참 결정을 내린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공영 세나트TV에 출연, "다음주 리야드에 가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맞지 않다"고 FII 불참 의사를 밝혔다.

영국의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역시 FII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영국은 카슈끄지의 실종에 대해 여전히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FII는 사우디 왕실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개혁 과제들을 내걸고 서방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행사다.

세계 경제계의 주요 인사가 대거 모이는 자리로, 지난해에는 65개국에서 2천500여명의 유력 인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가 사라진 이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이미 많은 참석 예정자들이 불참을 선언했다.

특히 카슈끄지가 끔찍하게 살해된 정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되고, 암살팀 중에 사우디 정부 고위 인사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인 경호원 등이 포함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사우디 정부는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FII 참석을 포함한 중동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와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 포드 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 블랙록 CEO 래리 핑크, 마스터카드 CEO 아자이 방가, 거대 콘텐츠 회사인 비아콤의 밥 배키시 CEO, AOL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케이스 등도 FII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사우디 정부는 관련된 의문에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며 골드만은 어떠한 임원도 FII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FII 보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CNBC, CNN,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등이 일찌감치 FII 보도 계획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타 언론사들의 잇따른 보이콧에도 입장을 유보했던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도 이날 므누신 장관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결국 FII의 스폰서십과 참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만 빈살만 왕세자의 인터뷰는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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