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발전사 외주노동자 "동료들, 더 죽지만 않으면 좋겠다"

입력 2018-10-18 20:44
[국감현장] 발전사 외주노동자 "동료들, 더 죽지만 않으면 좋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정규직 안 해도 좋습니다. 더 이상 죽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개발발전지부 사무처장은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그는 5개 화력발전사들이 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참고인으로 국감장에 섰다.

이 사무처장은 "발전회사들의 '위험의 외주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질의에 "최근에도 사실 동료 하나를 잃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 사무처장은 "점심시간에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머리가 파열돼 협력회사 간부차를 타고 가다가 한 시간 만에 사망했다"며 "더 슬픈 것은 그가 죽은 자리에 이런 표지판이 세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표지판에는 '원인: 작업 안전수칙 미준수, 조치결과: 사건 조사 후 징계 및 과태료'라는 문구가 적혔다고 이 사무처장은 전했다.

그는 "저는 사람이 죽어도 잘잘못을 가리고 징계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한민국 공공기관 화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며 "업무지시는 발전사에서 직접 받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용역 계약 기준에 감점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협력업체는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사람이 죽어 나가도 그것을 숨기는 구조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천600명의 노동자가 매일 죽음을 걱정하면서 일하고 있다"며 "제발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 더는 옆에서 죽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라고도 말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 전체 재해자 중 협력업체 노동자가 95.7%를 차지했고, 한수원은 91.7%, 남동발전은 89.8%, 서부발전은 95.5%, 중부발전은 97.4%, 동서발전은 97.9%에 달했다. 남부발전은 모든 재해자가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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