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야만 치닫는 사우디언론인 의혹…"용의자, 귀국후 사고사"
터키 매체 "카슈끄지 실종 연루 의심 사우디 일행 중 1명 교통사고로 사망"
유력 일간지 "진상 아는 사우디 총영사 신변 위태로울 수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실종사건에 연루됐다고 의심을 받는 사우디 '요원' 일행 중 한 명이 귀국 후 사망했다고 터키 매체가 보도했다.
터키 친정부 일간지 예니샤파크는 18일(현지시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실종된 당일 이스탄불을 다녀간 사우디인 일행 가운데 마샬 사드 알보스타니 사우디공군 중위가 '수상한'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익명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보스타니 중위는 앞서 다른 친정부 일간지 '사바흐'가 카슈끄지 실종에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된다며 얼굴을 공개한 사우디 '요원' 일행 15명에 포함된 인사다.
예니샤파크는 보스타니 중위가 귀국 후 의심스러운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보도하면서도,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사바흐'는 용의자 15명 가운데 1명이 사우디에서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다.
실종된 용의자는 카슈끄지가 실종된 당일 사우디 영사관저 앞에 있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최근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다고 사바흐는 설명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칼럼 등을 통해 사우디 대외 정책과 왕실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카슈끄지는 이달 2일 이혼 확인서류를 수령하러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사라졌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국 매체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이 보낸 '암살조'에 의해 총영사관에서 살해되고 시신이 해체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17일에는 예니샤파크가 카슈끄지 피살 당시가 녹음된 오디오를 직접 확인했다면서, 녹음 내용을 근거로 그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고문 후 목이 잘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른바 '암살조' 용의자들이 미심쩍은 정황으로 사망했다거나 실종됐다는 미확인 보도가 쏟아지며 의혹은 야만성과 참혹성이 날로 더하는 양상이다.
이날 터키 유력 일간지 휘리예트의 필진 압둘카디르 셀비는 카슈끄지 사건 와중에 귀국한 무함마드 알오타이비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의 신변도 위태로울지 모른다는 주장을 펼쳤다.
오타이비 총영사는 터키 경찰의 영사관저 수색을 앞두고 16일 급거 출국했다.
이튿날 일간지 예니샤파크는 직접 확인한 녹음에 고문현장에서 살인자들과 대화하는 오타이비 총영사의 육성도 담겼다고 주장했다.
칼럼니스트 셀비는 빈살만 왕세자가 모든 증거를 없애려고 할 것이므로, 오타이비 총영사가 다음 '처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