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복구는 막막한데 관심은 멀어지고…영덕은 아직 '사투 중'

입력 2018-10-18 18:48
[르포] 복구는 막막한데 관심은 멀어지고…영덕은 아직 '사투 중'

피해주민 쌀 1㎏·옷 2벌·이불 지원이 전부…성금도 16억에 머물러

강구시장 장날도 한산, 선풍기·제습기로 젖은 벽지 말리며 한숨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인자(이제) 장사하고 싶은 생각도 없니더. 생계가 막막한 형편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18일 오후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 인근의 자그마한 슈퍼마켓에서 만난 권모(64)씨는 아직도 태풍 '콩레이'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6일 콩레이가 한반도 남쪽을 지나가면서 영덕에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강구시장 일대는 2m 가까이 물이 차오르면서 말 그대로 물바다가 됐다.

권씨 슈퍼마켓도 예외없이 물에 잠기면서 가구와 가전제품 등 대부분의 물건이 못쓰게 됐다.

권씨는 쓸모없게 된 냉장고, 세탁기, TV를 다 버렸고 장판과 벽지도 뜯어냈다.

무엇보다 팔아야 할 제품들이 대부분 물에 젖는 바람에 유일한 밥줄마저 끊겼다.

권씨는 "냉장식품을 보관할 냉장고를 들여놓으려고 해도 벽이 말라야 설치할 수 있는데 아직도 젖어있어 들여놓지를 못한다"며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구시장은 태풍이 휩쓸고 간 직후보다는 많이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군과 상인은 여기저기 널려있던 쓰레기를 대부분 치웠고 바닥에 고인 흙탕물도 씻어냈다.

그러나 장날인데도 상인이나 물건을 사려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두어 집 건너 한 집씩 가게가 텅 비어 완전 정상을 찾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짐작게 했다.

피자가게는 아직 정리하지 못한 물품으로 어지러웠고 한 옷가게는 반값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강구시장 입구에 있는 한 마트는 주인과 직원들이 냉장고를 이리저리 옮기고 물건을 차곡차곡 쌓으며 아직도 내부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트 관계자는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10억원 정도 된다"며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 20일부터는 물건을 받아서 장사를 재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노점상은 "물난리가 나고는 장날인데도 장이 잘 안 선다"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연신 물건을 사라고 외쳤다.

침수된 주택에 사는 주민은 가재도구는 대부분 치웠지만 장판과 벽지를 뜯어낸 채 보일러와 선풍기를 돌리며 말리느라 쉴 틈이 없다.

집집이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났지만 퀴퀴한 냄새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가재도구를 치우고 비워둔 집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주민 강모(64)씨는 "옆집은 물건을 다 버리고 집을 비웠다"며 "우리도 계속 보일러를 돌리고 제습기와 선풍기로 말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서 난 재난에 비해 우리 지역은 정부나 국민의 지원과 관심이 적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영덕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최고 383㎜의 집중호우가 내려 1명이 숨졌고 주택 1천74채가 물에 잠겼으며 3채가 절반가량 부서졌다.

또 도로 등 공공시설 256건, 소상공인·중소기업 330건 피해가 났고 어선 15척이 파손됐다. 농경지도 305㏊가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그러나 법적으로 피해주민은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 100만원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경우 세금 감면 혜택만 받을 수 있을 뿐이다. 피해를 복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피해주민은 그동안 이불과 쌀 1㎏, 옷 2벌, 세면도구를 지원받는 데 그쳤다.

더구나 강구면 주민 46명을 포함한 주민 63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강구교회는 그동안 일부 이재민에게 임시 주거시설을 내줬으나 오는 20일에는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이곳에 있던 이재민들은 다른 잠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피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전국에서 복구 활동을 도왔고 성금과 물품을 지원했다.

그러나 17일까지 모인 성금은 16억5천만원으로 주민들에게 실제 도움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영덕군과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은 성금 모으기에 애를 쓰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더디기만 해 안타깝기만 하다.

영덕군 관계자는 "피해주민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도록 성금 모으기에 많은 국민이 참여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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