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건강에 좋다는데 나도 '춤바람' 나볼까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춤바람'은 사전적 의미로 춤에 온통 정신이 팔린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춤바람이 났다고 하면 가족을 내팽개친 채 춤에만 빠진 '팔불출' 정도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춤은 이제 취미생활을 넘어 건강생활에 이르기까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춤에 대한 선입견도 거의 사라졌다. 더욱이 급격한 고령화 속에 노인들에게는 쉽게 배우고 따라 할 수 있는 춤이 널리 보급되는 추세다.
춤이 질병 예방과 치료 등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건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조지프 한스 번젤(Joseph H. Bunzel)이 안무가인 아내와 함께 1948년 춤의 의학적 효능에 대한 논문을 미국체육협회(American physical education association)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health & physical education)에 내면서부터다. 이후 서구에서는 춤을 실제 환자 치료에 접목하려는 임상적 시도가 활발해졌다.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 탱고'(이하 탱고)는 파킨슨병 등의 신경학적인 증상 회복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의 보고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탱고의 의학적 효능에 대한 논문이 처음으로 나왔다.
제주한라병원(병원장 김성수) 연구팀(알레르기·임상면역학센터 노건웅 센터장, 메디컬 탱고 고영순 대표)은 국제학술지 '임상 리뷰 및 케이스 리포트'(Journal of Clinical Review & Case Report) 최신호에서 탱고 춤이 파킨슨병 등의 신경학적 질환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탱고는 파킨슨병, 뇌졸중, 다발성 경화증, 척수손상, 외상성 뇌손상, 헌팅턴씨병 등 질환에서 비롯되는 보행과 신체 균형유지 어려움, 활동성 장애 등을 극복하는 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의 경우 탱고 춤을 꾸준히 추면 허벅지 안쪽 근육을 발달시켜 보행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보고도 있다. 또 골반 아래 근육이 발달해 기능성 요실금 개선에 효과적이며 우울증과 당뇨병, 비만 등 질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문도 있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논문을 종합적으로 보면, 이런 탱고 치료는 1주에 2번, 한 번에 90분, 중간 정도의 강도로 12주 동안 계속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연구팀은 이런 효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12월 15일 제주한라병원에서 국내 첫 '탱고 테라피'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노인에게 댄스 훈련이 기존의 신체운동(피트니스)보다 노화를 막는 데 더 낫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따르면 독일 오토 폰 게리케 마그데부르크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는 63∼80세 노인 38명에게 별도로 고안한 안무 중심의 댄스 프로그램을 6개월에 걸쳐 배우게 한 다음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 피트니스 트레이닝을 한 그룹과 그 효과를 비교했다.
이 결과 뇌 부피에 미치는 영향에서 확연한 차이가 관찰됐다. 춤을 배운 그룹은 피트니스만 한 그룹보다 대상피질, 뇌도엽, 감각운동피질 등 영역에서 부피가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춤을 배운 그룹에서만 신경생성을 촉진하는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단백질이 활성화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댄스 프로그램이 노화가 뇌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상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자이브, 차차차, 라틴댄스 등 사교댄스가 조현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를 내놓은 바 있다. 정신분열 증세가 있는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1주일에 한 차례씩 8주 동안 댄스 치료를 한 결과, 환자들의 굳어있던 표정이 밝아지고 정서적 위축 증세와 우울증 증세가 상당히 개선됐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의학계에서는 뇌졸중에 발레와 재즈 댄스를, 척수손상에 룸바를, 다발성 경화증에 살사를 각각 접목해 질환별 증상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한라병원 노건웅 박사는 "탱고를 비롯한 춤은 근육의 작용과 생리학적 과정을 통해 면역체계를 강화함으로써 건강을 증진한다"면서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심리적, 육체적 건강과 행복감은 물론 자신감과 인지기능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댄스 테라피'를 어릴 때부터 실생활에 폭넓게 접목하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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