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바람·바람…제주 바람에 정상급 선수들 '삐끗'

입력 2018-10-18 17:15
수정 2018-10-18 21:10
바람·바람·바람…제주 바람에 정상급 선수들 '삐끗'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예상대로 바람이 가장 큰 장애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정상급 선수들도 제주 바람은 이겨내지 못했다.

올해 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2차례 우승해 올해의 선수에 뽑힌 세계랭킹 3위 브룩스 켑카(미국)와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4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도 제주 바람의 심술에 혼이 났다.

토머스는 18일 제주 서귀포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열린 더CJ컵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에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곁들여 1오버파 73타를 쳐 공동33위에 그쳤다.

바람이 잠잠했던 지난해 이 대회 첫날 9언더파를 몰아쳤던 토머스는 이날 클럽 나인브릿지에 몰아친 초속 12m 강풍에 맥을 추지 못했다.

정확한 샷으로 명성이 높은 토머스는 강풍 속에서도 단 4번밖에 그린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퍼트가 문제였다. 제주 출신 강성훈(31)은 "제주 바람은 퍼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그대로였다.

버디 퍼트는 도무지 홀을 찾아갈 줄 몰랐다. 파퍼트도 자주 놓쳤다.



4번홀(파4)에서는 두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놓고 4퍼트를 하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10m 거리에서 1.2m에 붙여놓고도 파퍼트, 보기 퍼트를 잇따라 실패했다.

토머스는 홀당 평균 퍼트 2.07개라는 어이없는 기록을 남겼다.

"바람이 불어도 장타는 유리하다"고 큰소리를 쳤던 켑카는 아이언샷 거리 조절을 못 해 쩔쩔맸다.

10번홀(파4)에 켑카는 400야드가량 날아가는 초장타를 터트렸지만 70야드 거리에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벙커에 집어넣었다. 벙커에서는 두 번 만에 탈출했다.

켑카는 버디를 4개나 잡았지만 보기도 3개를 곁들였다.

3언더파 69타를 쳐 1타차 공동2위에 오른 김시우(23)도 바람에 힘든 경기를 치러야 했다.

2번홀(파3)에서 4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볼은 바람에 밀려 그린을 벗어났다. 두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지만 3퍼트가 나왔다.



16번홀까지 3언더파로 잘 나가던 문도엽(27)은 17번홀(파3)과 18번홀(파5)에서 잇따라 3퍼트를 하면서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문도엽은 "바람 때문에 퍼트가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2타를 줄인 안병훈(27)도 두차례 3퍼트로 보기 2개를 적어냈다. 안병훈은 "바람이 너무 강해 두 클럽 이상을 크게 잡거나 덜 잡아야 한다"면서 "디오픈에서 경험한 바람과 다를 바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4언더파 68타를 쳐 선두에 나선 체즈 리비(미국)는 강풍을 잘 다스린 덕을 봤다.

그는 "공을 낮게 쳤다. 바람 방향에 따라 페이드샷과 드로샷을 구사했다"면서 "두번 만에 그린 공략이 가능한 9번홀과 18번홀에서도 바람을 의식해 세 번에 끊어갔다"고 밝혔다.

3언더파를 친 대니 윌릿(잉글랜드) 역시 "영국 출신이라 바람에 익숙하다"면서 "바람이 많이 부는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 마스터스에 출전하고 곧바로 이곳으로 건너와 그때 감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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