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남북관계 韓 추동론 vs 美 연계론…이견 향배 주목

입력 2018-10-18 17:14
수정 2018-10-18 17:32
비핵화-남북관계 韓 추동론 vs 美 연계론…이견 향배 주목

한미 대사 발언통해 비핵화 방법론 견해차 노출…대북제재 관련 이견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미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방법론'을 놓고 미묘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으로 비핵화를 추동한다는 입장이라면, 미국은 비핵화 진전이 있을 때까지 남북관계에서 앞서 나가지 말고 '단일대오'를 유지하자는 기조를 보인다.

이런 견해차는 상대국에 주재하는 대사들의 최근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16일 열린 포럼과 17일 특파원 간담회 때 남북관계를 통해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는 만큼 남북관계가 북미 협상보다 앞서 나갈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반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17일 한 좌담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대화와 북한 비핵화가 연계되고 한미의 목소리가 일치해야만 공동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양국 주재 대사가 '간접 대화'로 주장과 반박, 재반박을 한 모양새다.

이런 견해차 속에서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철도·도로협력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한미 간 공조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거듭 밝혔지만, 이미 불거진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한 듯하다.



한미 양측간 이견은 한반도 문제 해결 방법론의 차이로 규정할 수 있어 보인다. 남북관계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하는 '추동론'과 남북관계를 비핵화 진전 페이스에 맞추는 '연계론' 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냉전 해체와 평화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중요 요소의 하나로 비핵화 문제를 바라보며, 대북 제재는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한다.

그렇지만 '비핵화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와 대북 제재 등을 모두 비핵화를 위한 대북 지렛대 바구니 안에 넣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 우리 정부는 경협, 군사적 긴장완화 등과 관련해 남북 간 협력을 진전시킴으로써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성을 보이도록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보인다. 이달 15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철도 연결 사업 추진 일정을 합의하고 공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근래 유럽 순방을 계기로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는 말로 대북제재 완화론을 띄운 것은 한미 이견 지적을 감수하고서라도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와는 달리 미국은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대북 지렛대를 약화시킨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 보인다. 미국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기보다는 비핵화 진전 상황과 연계해 보조를 맞추자는 입장이다.

사실 처지가 다른 한미 간에 비핵화와 관련한 이견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런 이견을 두고서 해석은 다양하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18일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제재의 단계적 완화를 거론하는 근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과정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고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은 자신들이 가진 최대의 대북 지렛대가 제재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것을 쉽게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한미가 비핵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니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방법론과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해석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국 정부 발(發) 목소리는 아니지만 워싱턴에서 대체로 나오는 목소리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감과 한미관계의 균열에 대한 우려 등 두가지"라며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데 비핵화는 더디게 진행되면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결국 한미간 이견이 기우일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인지 판단하려면 앞으로 전개될 북미간 협상의 진척 상황을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말∼12월 초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을 하기로 남북이 합의한 상황에서 11월 중에 북미가 제2차 정상회담을 열어 초기단계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합의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욱 교수는 "우리는 미국을 설득해서 제재 완화를 이뤄내든지, 북한을 설득해서 비핵화 조치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한반도 관련 협상의) 판은 깨지지 않겠지만 한미동맹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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