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별' 김기민 "K발레 급성장…恨 정서 표현력에 도움"
'인어공주' 뉴욕 초연서 왕자역…차세대 유망주 이수빈·박선미와 호흡
김선희 한예종 무용원장 "메이드인코리아로 뉴욕서 성공하겠다"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발레에서 아시아인이라는 게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한국인 특유의 한(恨)의 정서들이 표현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26)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마린스키에 입단할 때 한국인은 아무도 없었고 러시아어도 못 했다"면서 "그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후배들은 제가 만들어놓은 불빛을 보고 편하게 따라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민은 "꿈을 빨리 이룬 편인데, 7년간 클래식 작품들은 다 해봤다"면서 "이들 작품을 더 완벽하게 소화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감동을 주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무용수가 되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말했다.
235년 역사의 마린스키 발레단에 2011년 동양인 최초로 입단한 김기민은 2015년 수석무용수 자리까지 꿰찼다. 이제는 수많은 발레 유망주들이 선망하는 세계적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의 순수 창작발레 '인어공주'의 뉴욕 무대에 출연하는 것도 이러한 후배들에 대한 의무감과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인어공주는 무용가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장이 안데르센 동화를 각색한 판타지 발레 작품으로 '김선희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꼽힌다. 20~21일 이틀간 맨해튼 미드타운의 '뉴욕시티센터' 무대에 오른다.
김기민이 두 차례 공연에서 왕자역을 맡는다. 인어공주 역은 차세대 발레리나 이수빈과 박선미가 차례로 맡는다.
이수빈은 내년 1월 보스턴발레단에 입단할 예정이며, 한예종에 재학 중인 박선미는 지난해 모스크바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유망주다.
이수빈은 "발레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고, 박선미는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기민은 "해외 발레단에서 이들 후배와 접촉하려고 저에게 연락처를 물어볼 정도"라고 이수빈·박선미를 치켜세우면서 한국 발레가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민은 "이제는 한국 무용수가 해외 콩쿠르에 출전한다고 하면 다른 모든 나라가 긴장할 정도"라며 K 발레가 급성장한 공로를 김 원장에게 돌렸다.
이번에 뉴욕에서 초연되는 인어공주는 김 원장이 학생들의 무대 경험을 위해 만든 작품으로, 각국 발레단에 자리 잡은 한국인 무용수들의 산실 역할을 했다.
인어공주를 거친 45명의 무용수가 전 세계 27개 발레단에서 뛰고 있다. 김기민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김 원장은 "서양의 안데르센 동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것만 빼면 모든 게 '메이드 인 코리아' 작품"이라며 "먼저 뉴욕에서 성공해야 한다. 이곳에서 성공해서 유럽 각국에 진출해 한국인 무용수들로 무대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