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만 법 앞에 평등해" 법원 국감서 '사법농단 영장기각' 도마
"법관들이 이해 걸린 사안에 기각 사유 찾는다"…공보관실 운영비 등도 화두
민중기 "사법부 구성원 한 사람으로서 죄송"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보배 기자 =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 국정감사에서는 '사법농단 의혹'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것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얻은 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법관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형사사건의 최근 3년간 구속영장 발부율이 81%인데 사법농단 사건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며 "압수수색 영장 역시 일반 사건의 3년간 발부율이 87.5%인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거주지에 대한 영장은 4차례 모두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들이 자신의 이해가 걸린 사건은 들여다보면서 영장을 기각할 사유를 찾는 반면, 다수의 일반 사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검찰이 청구하는 대로 발부해 주는 관행이 유지되는 것이라 본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에 이어 의사진행 발언을 한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10차례 이상 기각됐다가 발부됐다"며 기각 및 발부 사유를 정리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완주 서울고법원장에게 "사법농단은 오해이고, 범죄는 성립하지 않고 윤리·도덕의 문제이므로 검찰이 범죄를 전제로 요청한 영장을 발부할 가치가 없으며 기소해도 무죄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또 "무죄 판결 이후에는 역풍이 불어 김명수 대법원장과 검찰 수사에 협조한 법관에 반대하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고 대법원은 휘청거릴 것이라는 인식도 드느냐"며 추궁했다. 최 법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판사들 중에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책임지거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며 "법원장급 간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적어도 간부들은 집단사표라도 쓰든 의사 표현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이번 사태로 사법부 신뢰가 많이 훼손되고 국민에 실망을 드린 데 사법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법원장들이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 수령한 사실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은재 의원은 "양승태 비자금이라 지칭된 공보관실 운영비가 올 상반기까지 법원장들에게 지급된 적이 있다"며 "공보판사들이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문제제기의 과정에 느닷없이 '기자단 일정'이 언급되는 일도 있었다. 법원 측이 출입 기자들에게 주요 재판 일정 정보를 제공하던 것을 사법농단 파문을 계기로 중단한 일을 일부 법사위원이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이은재 의원은 "사법부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김명수 체제가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열린 재판이 아니라 밀실 재판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며 "사법농단 사태 이후 각급 법원이 주요사건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내규가 폐지되면서 기자단에 주요 사건 일정표 제공이 불가능해진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언급했다.
그는 "법원장이 사건 보고를 받지 않는 것과 알 권리를 위해 언론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는 기준으로 종종 이용되는 '소속 연구단체'도 화두로 등장했다.
이완영 의원은 "법원별로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연구단체별 활동 인원수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대로 표창원 의원은 사법농단 의혹을 부인하는 인식의 배경을 두고 "민사판례연구회라는, 법원 내 하나회라고 불린 조직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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