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된 면허로 차 빌려 음주 운전 '꽝'…50대 가장 목숨 앗아가(종합)
휴대전화 줍다가 사고…90세 가까운 노모·두 자녀 둔 50대 가장 날벼락
경찰, 30대 운전자 구속영장 신청…면허증 진위 확인 안 한 렌터카 업체 과태료
(평창=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도로공사 작업 차량을 덮쳐 50대 근로자를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는 과거 음주 운전으로 실효된 면허증으로 렌터카를 빌린 뒤 음주·무면허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참사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로 90세 가까운 노모와 두 자녀를 둔 50대 가장이 갑작스러운 날벼락에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강원 평창경찰서는 도로공사 작업 중이던 50대 근로자를 치어 숨지게 한 전모(30)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위험 운전 치사상)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전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 45분께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214.2㎞ 지점에서 음주·무면허 상태로 K5 승용차를 몰던 중 도로공사 작업 차량인 봉고 화물차를 덮쳐 근로자 노모(55)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작업 차량인 봉고 화물차 운전자 김모(54)씨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사고 당시 숨진 노씨는 도로공사 작업 차량의 적재함에 탑승해 붉은색 고깔 모양의 라바콘을 수거하던 중 갑자기 덮친 전씨의 승용차에 참변을 당했다.
사고 직후 경찰이 측정한 전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7%로 만취 상태였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음주단속에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였다.
음주 적발 당시 전씨는 "분실했다"며 경찰에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반납하지 않은 채 자신의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전씨는 사고 당일 술을 마신 상태에서 집에 보관 중이던 실효된 운전면허로 렌터카를 빌린 뒤 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해에서 서울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는 전씨가 동해에서 렌터카를 빌린 뒤 불과 30∼40여 분 만에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경찰에서 "운행 중 차량 내부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줍다가 핸들이 오른쪽으로 틀어지면서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면허 취소 시 해당 운전면허증을 반납받고 있지만, 분실했다고 주장하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반납을 강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실효한 운전면허로 렌터카를 빌린 만큼 공문서 부정행사죄를 추가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렌트 시 운전면허증의 실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렌터카 업체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해당 지자체에 의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전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춘천지법 영월지원에서 열린다.
한편 1년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렌터카 대여 시 '운전면허정보 자동검증시스템'을 통해 면허증의 진위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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