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진화에도 카슈끄지 살해설 흉흉…"음악들으며 토막살해"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완강한 부인에도 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행방불명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둘러싼 살해설이 점점 흉흉해지는 분위기다.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까지 나서 사우디 정부의 기획 살해설을 진화하는 데 나섰지만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잇따르면서 좀처럼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6일 터키 관료를 인용, "사우디 정보기관 요원이 암살조를 구성해 이스탄불로 건너갔다"며 "카슈끄지의 시신이 2주 전(10월 2일) 주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뒤 토막 내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터키 당국에서 입수한 암살 용의자 7명의 여권을 토대로 암살조 가운데는 사우디 수사 당국의 법의학 권위자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법의학 권위자가 카슈끄지의 시신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사우디에 비판적인 중동 내 언론 MEE는 그가 살해되는 녹음 파일을 모두 들었다는 터키 소식통을 인용, "총영사 집무실에서 기다리던 카슈끄지는 옆방 서재로 끌려간 뒤 신문 절차 없이 바로 책상 위에서 살해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이어 "그의 끔찍한 비명은 확인되지 않은 물질을 주사한 뒤 멎었다"며 "살해하는 데는 불과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사우디 법의학 권위자인 알투바이지는 시신을 토막 내면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며 "다른 암살조 요원들에게도 '당신들도 음악을 들으며 작업 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16일 터키 관리를 인용해 "터키 당국이 사우디 암살조 15명이 사건 당일인 2일 이스탄불로 와서 카슈끄지의 시신을 뼈를 자를 때 쓰는 톱으로 분리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실체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터키 정부도 사우디가 제안한 합동 실무조사팀을 수락하면서 협조하는 듯하지만, 주도권을 쥐고 익명의 정보를 언론에 흘리며 사우디를 불안케 하고 있다.
합동 실무조사팀이 사건 현장으로 의심받는 사우디 총영사관과 총영사 관저를 수색한 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 "일부 독성 물질이 페인트칠로 덮인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살해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는 사우디 정부를 두둔하고 나선 미국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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