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알몸사진' 대학가 커지는 불안감…출입규제·순찰 강화

입력 2018-10-17 14:01
수정 2018-10-17 15:14
'몰카·알몸사진' 대학가 커지는 불안감…출입규제·순찰 강화

외부인 음란행위에 학교 인근엔 성범죄자 거주…대책 마련 비상

캠퍼스 개방 문화·많은 강의에 대응 마땅치 않아…"일률적 통제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화장실 불법촬영(몰래카메라)에 이어 여대에서 20대 남성이 자신의 나체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대학가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학 내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면서 학교마다 외부인 출입통제와 몰래카메라 탐지, 학생 순찰 활동 등 보안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20대 남성이 알몸으로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음란행위를 한 사건이 벌어진 동덕여대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외부인 출입규정을 신설했다.

또 모든 건물에 학생증을 찍어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카드리더기를 설치했고, 모든 건물, 모든 층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볼 수 있는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대학에 외부인이 들어가 음란행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의 다른 여대에서는 지난달 용역업체 소속 60대 경비원이 교내 복사실에서 문을 잠그고 음란행위를 하다가 학생들에게 발각됐다. 학교 측은 해당 경비원에 대한 교내 출입을 제한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8월 학내에 들어온 음식배달원이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건 이후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배달음식은 건물 밖에서 수령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학내 성범죄가 잇따르자 학생들 스스로 자체 방범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최근 서울캠퍼스 후문 인근에 성범죄자가 거주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범죄 예방에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보냈다. 메시지에는 성범죄자의 실거주지를 포함한 신상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안내도 포함됐다.

한국외대는 몇 년 전부터 동대문경찰서와 손잡고 '외대사랑순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들로 구성된 순찰대가 하루 14시간씩 캠퍼스 곳곳을 점검하는 순찰 활동을 통해 교내 안전사고 예방에 나선 것이다.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동국대에서는 지난 5월, 서울대에서는 지난 8월 여자화장실에 숨어있던 남성이 붙잡혔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은 주기적으로 몰래카메라 감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최근 대학마다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범죄가 우려되는 공간에 대한 CCTV 설치와 보안시스템 도입 등도 늘리는 추세다.

덕성여대는 오후 6시 이후 외부인 출입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또 시험 기간 등 특정 기간에는 보안 문제와 더불어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도 한다.

한양대는 학생회관과 각 단과대 건물 등에 있는 여자휴게실 앞에 CCTV를 설치하고, 낮에도 학생증이나 교직원신분증을 카드리더기에 대야만 출입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다.

건국대도 모든 건물에 보안시스템을 도입해 연구실이나 실험실 등을 제외한 일반 강의실에 대해서는 건물 관리자가 야간 출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넓은 캠퍼스에 대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사립대학교 관계자는 "학기 중 강의실은 낮에 수업이 대부분 연달아 있어 수많은 학생이 출입한다"며 "이 가운데 외부인에 대한 출입을 따로 관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교 관계자 역시 "대학교 자체가 인근 주민들에게도 개방된 공간이다 보니 일률적인 통제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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