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도 무역협정, 인도 통신업계에 지각변동 가능성
한국산 의존 큰 신흥업체 지오에 관세 혜택 집중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한국과 인도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인도 통신업계에 판도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CEPA와 관련한 관세 특혜가 한국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신흥 강자 릴라이언스 지오에만 집중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최근 각종 통신 장비와 제품에 관세를 더 매기기로 했다.
환율 방어와 경상수지 적자 축소를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수입산 통신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관세가 기존 2배인 20%로 증가했고, PCBA(인쇄회로기판)에는 새롭게 10%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같은 조치는 보다폰 아이디어, 바르티 에어텔, 릴라이언스 지오 등 3강 구도로 형성된 인도 이동통신시장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현지 통신시장은 보다폰 인디아와 아이디어 셀룰러가 최근 합병해 탄생한 보다폰 아이디어가 인도 최대 통신사로 거듭났고, 이어 기존 1위 바르티 에어텔과 릴라이언스 지오가 뒤쫓는 형국이다.
2016년 9월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든 릴라이언스 지오는 무료 음성통화와 저렴한 데이터 통신비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오는 이번 인도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에서 사실상 빠지게 되면서 '나홀로 성장'을 질주할 수 있게 됐다.
지오는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 기지국 설비, 광랜 시스템 등 주요 통신 장비를 삼성전자 등 한국에서 도입하고 있는데 한·인도 CEPA 덕분에 무관세 또는 저관세 혜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바르티 에어텔과 보다폰 아이디어는 수입산 통신 장비와 관련해 10%에 달하는 관세를 추가로 물 수밖에 없게 됐다. 두 회사는 유럽의 에릭슨, 노키아, 중국 화웨이 등에서 통신 장비를 들여오고 있다.
통신시장은 1∼2원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곳임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관세 격차는 향후 지오가 인도 통신시장에서 최대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인도 CEPA는 자유무역협정(FTA) 범주에 속하는 협정으로 2010년 1월 발효됐다.
현재 인도는 한-인도 CEPA를 통해 전체 상품의 85%(품목 수·수입액 기준)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거나 감축하고 있다. 한국의 상품 관세 철폐 수준은 품목 수 기준 93%, 수입액 기준 90%에 달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언스트영(EY)의 쿠날 차우다리는 "한국에서 수입되는 통신 장비는 이번 관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충격을 피한 채 면세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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