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비자 주권시대] ① 필요사업 발굴·예산 '주민 손으로'

입력 2018-10-18 09:55
수정 2018-10-21 10:02
[행정소비자 주권시대] ① 필요사업 발굴·예산 '주민 손으로'

자치현장 곳곳에서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 움직임…참여 범위·방법 확대

'단체장 예산편성 독점은 옛말' 시대 흐름…누구나, 상시 예산신청 허용도

[※ 편집자 주 = 민선 7기 지방자치에 소통, 공감, 참여를 테마로 한 주민주권 구현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많은 자치단체가 단체장의 사실상 독점적 권한이었던 예산편성뿐만 아니라 집행과 평가과정까지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 더 많은 주민의 소리를 담기 위한 청원제, 주요 정책 결정을 주민 판단에 맡기는 공론화와 온라인 주민투표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행정소비자인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주민주권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자치현장의 달라진 모습과 직접민주주의 열기 4편을 4일에 걸쳐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가 내년도 예산편성 시기를 맞아 분주한 가운데 주민이 참여해 주민이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활성화 내지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자치현장 곳곳에서 일고 있다.

2011년부터 의무화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를 넘어 더 확대,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예산과정 범위와 참여방법 확대 내용을 담은 '지방재정법 시행령 일부개정명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3월 '정부 혁신 10대 중점과제'를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국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고 주민참여예산제 참여 범위를 사업집행과 평가까지 확대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도 주민참여예산제도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편성, 집행, 평가 등 모든 과정에 주민참여

전국 지자체 중에서 인천지역 지자체의 주민참여예산 활성화 움직임이 돋보인다.

인천시 서구는 주민 신청을 받아 편성하는 주민참여예산을 올해 3억1천만원에서 내년 200억원 수준까지 늘렸다. 주민참여예산 신청도 상시 접수하기로 했다.

인천시 연수구는 올해 16억7천만원에서 내년에 95억원으로 늘리고, 중구는 3억2천만원에서 5억원 수준으로 늘리면서 주민참여예산제 관련 위원회도 기존 구 단위에서 동 단위로 확대하는 조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경남도는 내년 예산부터 주민이 예산편성과 집행, 평가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경남형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한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읍·면·동 단위 지역주도형 사업'을 처음 도입해 일자리 창출이나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등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주민이 중심인 지역회의에서 발굴, 선정한다.

경남 고성군은 읍·면별 군예산 15억원을 편성해 쉼터나 공동작업장 등 주민이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발굴해 진행하는 자체 주민참여예산제를 내년부터 시행한다.



◇ 주민 필요한 예산 직접 편성…일부 지자체, 신청도 상시

주민참여예산 활성화에 따라 주민참여예산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2015년까지 132억원이던 주민참여예산이 2016년 150억원, 지난해 170억원, 올해 200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대구시는 내년 주민참여예산 사업 규모를 140억원으로 정해 올해보다 10억원 늘렸다.

대전시는 내년도 시민제안 공모사업으로 41개 사업에 30억1천만원을 선정해 주민이 지역에 필요로 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신탄진 굴다리 CCTV 설치, 동서대로 보도육교 캐노피 설치, 한밭대로 하수구 뚜껑 개량 및 악취 커버 설치, 공공도서관 책 소독기 및 공기청정기 설치 등 많은 예산이 들진 않지만,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이 대부분이다.

충북 청주시는 내년부터 시민참여예산 위원을 확대하면서 기존에 없던 시민참여예산 하한액 제도도 마련했다.

올해 136건, 115억3천만원의 예산이 시민참여예산위원회를 거쳤으나 내년부터는 150억원 이상의 사업을 이 위원회에서 심의·확정한다.

지난해 511건에서 올해 ·639건으로 주민참여예산 사업 건수가 늘어난 울산시는 내년부터 주민참여예산 건의를 상시로 받는다.



◇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도 병행

제주도는 이달 안에 주민참여예산위원 80명을 포함해 도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총회'를 시범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제주도는 내년도 우선 투자사업을 설명하고 당초예산 편성 전 예산 전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 그 결과를 반영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주민참여예산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주민참여예산 제도에 관심을 높이기 위해 '청소년 참여예산 제안대회'를 개최했다.

경기도는 올해 16억원인 주민참여 예산 규모를 내년에 5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예산 바로 쓰기 주민감시단'도 운영한다.

주민참여예산액이 늘어나는 만큼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도 기존 76명에서 100명으로 늘리고 200명 규모의 예산 바로 쓰기 주민감시단을 별도 구성해 예산 심사와 평가, 감시에 참여하도록 한다.

경기도 고양시는 지난 7월 4차례에 걸쳐 주민참여예산 위원과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열기도 했다.

◇ 적극적 관심과 소통 필요

광주시는 2011년 '시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를 제정한 뒤 매년 120억원 안팎의 시민참여예산을 편성했지만, 번번이 의회에서 절반 정도 삭감됐다.

올해도 모두 40건의 사업에 98억여원을 편성했지만, 시민참여위원회 시민위원들과 의회 의원들 시각차가 커서 예산 삭감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참여예산 활성화 움직임에도 큰 변화가 없거나 제동을 거는 곳도 없지 않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산심의권을 가진 의회에서 거시적으로 판단해 예산을 삭감하는 사례가 많아 동네 사업을 주로 건의하는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들과 소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도 주민참여예산담당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안정적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주민 스스로 주민참여예산 사업 발굴에 나서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민을 위한 예산인 만큼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도민과 소통을 강화해 도민이 원하는 곳에 예산이 투입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호 김재선 장영은 심규석 한종구 류성무 임보연 김호천 노승혁 황봉규 기자)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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