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첫 보복…버진그룹 미래교통사업 투자계약 철회

입력 2018-10-17 09:43
사우디 첫 보복…버진그룹 미래교통사업 투자계약 철회

브랜슨회장, 카슈끄지 진상규명 압박에 예정된 계약 취소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사우디 아라비아가 실종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 압박을 가했던 영국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예정됐던 투자계약을 철회했다.

사우디 당국은 브랜슨 회장이 참여하고 있는 차세대 초고속 운송시스템 '버진 하이퍼루프 원' 사업과 관련돼 투자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

당초 브랜슨 회장은 오는 2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개막하는 국제 경제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해 사우디 측과 이 사업의 타당성 검토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계획취소가 카슈끄지 실종 및 피살 의혹과 관련돼 서방의 압박에 대한 사우디 당국의 첫 공식적인 보복 조치라고 17일 보도했다.

브랜슨 회장은 카슈끄지 사건의 세부 내용이 밝혀질 때까지 버진그룹 우주사업과 2건의 홍해관광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한 사우디와의 10억 달러 투자협상을 중단할 것이라며 서방의 사우디 압박 행렬에 가세한 상태였다.

그는 카슈끄지 실종 및 피살의혹이 사실이라면 서방의 누구라도 사우디와 사업 관계를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발언에 사우디는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한 소식통은 "한시간 반만에 하이퍼루프에 대한 FII 콘퍼런스 초대를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다"며 "그들이 거래를 킬(kill)시켰다"고 말했다.

버진 하이퍼루프 원은 지난 18개월간 사우디 교통부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브랜슨 회장의 발언이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FII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버진 하이퍼루프원의 롭 로이드 최고경영자(CEO), 조시 지겔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리야드행도 무산됐다.

회사측은 "로이드 CEO가 FII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사우디에서 프로젝트에 관한한 우리는 사우디 정부로부터 사업이 보류됐다는 어떤 확인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참여하려 했던 이 사업은 진공 튜브 속의 자기장으로 추진력을 얻는 초고속 이동수단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기 위한 제조, 지식 전수, 노선 정비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브랜슨 회장의 한 지인은 이번 사우디의 결정으로 인해 어떤 경제적 손실도 없었다는 그의 발언을 전했다. 버진 하이퍼루프원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미국 텍사스, 오하이오에 이르기까지 여섯건 이상의 사업타당성 검토를 진행하는 중이다. 이보다 진척된 사업이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건설입찰 단계에 이르지는 않고 있다.

회사는 첫 서비스를 2020년대 중반에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지금까지 DP 월드, 카스피안 VC파트너스, 버진그룹, 아부다비 캐피털그룹, SNCF, GE벤처스 등으로부터 모두 2억9천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상태다. 브랜슨 회장은 지난해 10월 하이퍼루프 원 투자에 참여했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한 기간에 버진 갤럭틱 기지를 방문해 사우디 국기가 칠해진 하이퍼루프 캡슐을 참관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이 교통시스템이 사우디 왕국에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구상한 이 기술은 시속 1천200㎞의 초고속으로 달릴 수 있어 리야드에서 제다까지 걸리는 시간을 10시간에서 76분으로 단축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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