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폭력에 떠밀린 온두라스 이민 행렬, 트럼프 위협에도 북상

입력 2018-10-17 07:43
수정 2018-10-17 11:18
가난·폭력에 떠밀린 온두라스 이민 행렬, 트럼프 위협에도 북상

트럼프, 온두라스 원조 중단 경고…규모 160명서 3천여 명으로 늘어

캐러밴 조직자들 과테말라서 체포…멕시코 엄격한 입국 심사 예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온두라스 이민 행렬(캐러밴)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도 미국 국경을 향해 북상하는 가운데 이민 행렬을 조직한 지도자가 체포됐다.

과테말라 경찰은 이날 온두라스와의 국경 도시인 에스키풀라스에서 캐러밴을 조직한 바르톨로 푸엔테스 온두라스 전 의원과 다른 주도자 3명을 체포했다고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캐러밴은 폭력과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 도보나 차량을 이용, 미국 남부 국경으로 향하는 중미 출신 이주자들의 행렬을 뜻한다. 캐러밴은 멕시코나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포된 푸엔테스 전 의원과 다른 조직자들은 지난 12일 온두라스 북부 산 페드로 술라 시를 출발해 과테말라, 멕시코, 미국 국경을 향해 이동하는 캐러밴을 이끌었다.

온두라스 치안부는 푸엔테스 전 의원이 "과테말라 이민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체포됐다"면서 "몇 시간 내에 온두라스로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러밴은 애초 160명에서 과테말라 국경 근처에 도달했을 무렵 1천600여 명으로 늘었다.

전날 폭동 진압 장비를 착용한 과테말라 경찰의 저지에도 국경을 통과한 뒤 약 3천 명으로 더 불어난 것으로 지원 단체들은 추산하고 있다.

과테말라 정부는 합법적인 비자를 보유하지 않은 이민자들의 입국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대다수가 국경을 통과했다.

과테말라 정부는 소식을 듣고 몰려온 온두라스인들의 추가 입국을 막으려고 국경 검문소가 설치된 아구아 칼리엔테의 이민자 시설을 잠정 폐쇄하기도 했다.

캐러밴은 과테말라 남부 국경 도시인 에스키풀라스에서 노숙한 뒤 이날 현지 경찰의 호위 아래 멕시코 국경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18개 이민 지원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 "과테말라 정부는 이민자들의 안전한 통과를 보장해야 한다"며 "과테말라 정부는 자국 영토에 있는 이민자들의 안전에 책임이 있는 만큼 어떤 이유로든 그들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캐러밴은 걸음 속도가 빠른 젊은층 무리와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속도가 늦은 무리로 나눠 이동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캐러밴 중 적법한 이민 서류를 구비하지 못한 이민자들이 자국 영토로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온두라스인들이 멕시코에 입국하려면 대부분 비자를 구비해야 하므로 과테말라에 견줘 입국하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러밴의 북상을 우려하며 온두라스 정부를 압박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 문제가 다시 주요 쟁점이 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트위터에 "미국은 온두라스 대통령에게 미국으로 향하는 대규모 캐러밴이 멈춰 서서 다시 온두라스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돈이나 원조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고지했다"며 "당장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적었다.

온두라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캐러밴이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조직된 만큼 합류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유엔에 따르면 연간 50만 명의 이민자가 미국 남부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부분은 가난하고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출신이다.

현재 온두라스의 전체 인구 900만 명 중 약 100만 명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은 불법 체류자들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온두라스인들은 지난해 송금 등을 통해 40억 달러(약 4조5천억 원)를 고국으로 보냈다. 이는 온두라스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로이터제공]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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