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변명이다"…日 도쿄 패럴림픽 포스터 놓고 비판 '쇄도'
"장애인에 다그치는 것 같다" 비판…도쿄도, 포스터 철거하고 '사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오는 2020년 하계 패럴림픽 대회 개최를 앞두고 일본 도쿄도(東京都)가 제작해 게시한 포스터를 놓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담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과 NHK 등 현지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문제가 된 포스터는 도쿄도가 2020년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분위기 고조를 위해 만든 23종의 포스터 중 하나다.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인 배드민턴 선수 스기노 아키코(杉野明子)의 경기 장면과 함께 "장애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졌다면, 자신이 약한 것일 뿐"이라는 문구를 담았다.
스기노 선수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장애인 대회가 아닌) 보통 대회에 나가서 지면 '장애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장애인 대회에서는 변명할 수 없다. 졌다면 내가 약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포스터에 적은 것이다.
도쿄도는 이 포스터를 지난 8일부터 도쿄도의 역 구내와 열차 안에 게시했다.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를 높이겠다는 의도에서 만든 것이었지만, 이 포스터가 공개되자 온·오프라인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장애인이 자신에게 하는 얘기라면 몰라도 지방 행정기관인 도쿄도가 만든 포스터에 '장애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것이 '장애인에게 변명하지 말라'며 다그치는 것처럼 비친다는 것이다.
트위터 등 SNS에는 "장애는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다", "행정의 메시지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장애를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변명이라고 할 거냐", "장애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도쿄 패럴림픽의 테마냐"는 등 비꼬는 글도 이어졌다.
여기에 도쿄도에 항의 전화까지 쇄도하자 도쿄도는 결국 15~16일 포스터를 철거하고 홈페이지에 "불쾌한 생각을 갖게 해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사과했다.
도쿄도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부적절한 오해를 불렀다. 있어서는 안 될 오해를 초래했다"며 "포스터에 적힌 말은 선수가 경기에 임하면서 스스로 분발하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칼럼니스트 오다지마 다카시(小田嶋隆) 씨는 "선수가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이긴 하지만, 다른 장애인에게도 '변명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며 "포스터 제작 과정에서 왜 아무도 지적을 안 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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