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유권이전 앞두고 교환토지에 지역권 설정하면 배임죄"

입력 2018-10-17 06:00
대법 "소유권이전 앞두고 교환토지에 지역권 설정하면 배임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 위배"…'무죄판결' 2심재판 다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서로 토지를 교환하기로 한 계약에서 한쪽 당사자가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상대방에게 제공했다면 상대방도 소유권을 이전해 줄 법적 책임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교환계약 당사자가 이를 위반해 교환 대상인 자신의 토지에 지역권(타인의 토지를 자기 토지의 편익을 위해 사용할 권리)을 설정했다면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배임혐의로 기소된 박모(65)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인천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동산 교환계약에서 한쪽 당사자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법무사에게 맡기고 이를 상대방에게 알렸다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계약이행 단계에 이른 것"이라며 "그럼에도 상대방이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해 자기 부동산에 지역권설정등기를 한 경우에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와 달리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제공한 것만으로는 피고인의 소유권이전 의무가 피고인 자신의 사무에서 타인 사무로 전환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배임죄에서 '다른 사람(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는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한다.

대법원은 부동산 교환계약에서 한쪽이 교환을 위한 소유권 이전 준비를 다 해놓고 이를 상대방에게 알렸다면, 상대방은 그때부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소유권 이전을 해줘야 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박씨는 2011년 피해자 소유의 토지와 교환하기로 한 자신 소유의 토지에 무단으로 지역권을 설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피해자는 소유권 이전을 위한 서류를 법무사 사무실에 맡겨놓고 이를 박씨에게 통지했지만, 박씨는 이를 알면서도 지역권설정을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박씨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박씨가 피해자를 위해 소유권 이전에 협력해야 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데도 임무를 위배해 지역권을 설정했다"며 배임죄 유죄를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교환계약에 따라 상대방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하므로 박씨는 '타인을 위해 자기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의 지위에 있을 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옳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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