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차량 고속도로 질주 신고…경찰 45분뒤 '늑장출동'

입력 2018-10-16 17:54
수정 2018-10-16 19:43
음주차량 고속도로 질주 신고…경찰 45분뒤 '늑장출동'

목격한 시민이 서울외곽→도심→제2경인→영동까지 나홀로 추격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음주차량이 고속도로를 달린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로부터 45분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아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음주차량을 최초로 발견한 시민은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제때 출동하지 않아 홀로 추격전을 벌였고, 음주차량은 결국 사고를 내고야 말았다.

지난 15일 오후 9시 45분께 경기도 김포시 서울외곽순환도로 김포TG 부근에서 수원 방향으로 차를 몰던 회사원 김찬수(34) 씨는 자신의 차량 뒤쪽에서 도로 위를 비틀대며 곡예 운전을 하며 따라오는 SM5 승용차를 발견했다.

충돌사고가 날까 걱정됐던 김 씨는 급히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바꿔 SM5 뒤쪽으로 붙었고, SM5는 차선을 물고 달리다 아슬아슬하게 다른 차량을 피하는 등 충돌 직전의 아찔한 상황을 반복했다.

김 씨는 SM5가 음주차량이라고 판단하고, 오후 9시 47분 112에 신고한 뒤 차량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경찰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김 씨는 수십 분 동안 외롭고도 '위험한' 추격전을 벌여야 했다.

음주차량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다 오후 9시 58분 시흥 IC를 통해 시내로 빠져나갔다.

10분 넘게 경찰이 나타나지 않자 재차 112에 신고한 김 씨는 이때부터 16분간 경찰과 통화하면서 음주차량 위치 등 정보를 건네줬다.

음주차량은 신호에 걸려 1분여간 정차하기도 했고, 운전자가 소변을 보느라 길가에 2분여간 차를 대놓기도 하면서 위험한 질주를 계속했다.

음주차량은 이어 오후 10시 13분 제2경인고속도로로 올라타 다시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런데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자 답답했던 김 씨는 오후 10시 15분 112에 이날 세 번째로 신고를 했다.

김 씨는 경찰과 통화를 다시 하면서 음주차량이 안산분기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수원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고 알려줬다.

경찰은 통화 17분째인 오후 10시 32분에야 음주차량의 후미에 따라붙었다.

최초 신고 45분 만이었다.

경찰의 추격을 받던 음주차량은 영동고속도로 북수원 IC 인근 이목 졸음쉼터로 진입,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정차 중인 차량 2대를 잇달아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정차 중인 차량에는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하마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위험천만한 고속도로 음주운행이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강모(47)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강 씨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는 0.147%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경찰과 계속 통화를 주고받으며 이를 실시간으로 알렸지만, 경찰은 '가고 있다.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또 경찰은 음주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시간을 끌고 있는 중에도 관할 구역 이야기를 꺼내며 '기다려달라'고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같은 사연을 올리자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관할 따질 거면 고속도로 순찰대는 왜 만들어 놓은 건지 모르겠다"며 "한국 범죄율이 낮다는데 경찰이 늑장 출동해서 범죄자가 다 도망가니 범죄 사실이 통계로 안 잡혀서 그런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시민이 나서서 추격까지 하면서 밥상을 다 차렸고, 경찰은 숟가락만 올리면 되는 건데 그것도 제때 못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지방청과 3개 경찰서, 2개 고속도로 순찰대 등 많은 경찰력을 동원, 신고자와 통화를 유지하며 예상 경로에 순찰차를 배치했다"며 "그러나 용의차량이 고속도로를 빠졌다가 재진입하는 등 경로를 바꿔가며 운행해 신속히 검거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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