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노숙은 범죄" 공공장소 노숙금지…인권침해 우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헝가리 정부가 공공장소에서의 노숙행위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안을 시행하면서 인권침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헝가리 전역에서 시행에 들어간 법 개정안은 경찰이 노숙자들에게 보호 쉼터로 옮길 것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이 보도했다.
노숙자가 90일내 3차례 명령에 불응할 경우 경찰이 이들을 구금하거나 이들의 소지품을 파손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 법은 지난 6월 의회 승인을 받은 개헌안에서 노숙을 범죄로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우파 정부는 이 법의 목적이 노숙자들에게 적절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노숙자들을 돕기 위한 기금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올해 노숙자 지원을 위해 90억 포린트(약 364억5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쉼터를 늘리는 데 3억 포린트(약 12억1천만원)을 확보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또 어틸러 풀럽 헝가리 사회국무부 장관은 "'홈리스'들이 밤 시간대 거리에서 사라지게 됨에 따라 시민들이 공공장소를 방해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유엔의 주택전문가 레일라니 파하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잔인하고 국제 인권법과 양립할 수 없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파하는 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노숙자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단지 생존하고자 노력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한 활동가는 정부가 법 통과 전에 자선단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법 개정안은 노숙자에게 겁을 줘 거리에서 쫓아버리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14일에는 약 500명의 시위대가 헝가리 의회에서 법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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