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친한파 정치인 센고쿠 前관방장관 별세…간 나오토 담화 주도(종합)
왕실의궤 반환 기여…日정부의 전후배상 노력 부족 '지적'
고이즈미 총리 야스쿠니 참배 반대…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집회 참석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한국 강제합병에 대한 사죄를 담은 '간 나오토(菅直人) 담화'와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주도한 원로 정치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전 관방장관이 지난 11일 폐암으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과 NHK가 16일 보도했다. 향년 72세.
고인은 도쿠시마(德島)현 출신으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1990년 일본 사회당 공인 후보로 중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민주당 정권에서 행정쇄신 담당상, 법무상 겸 관방장관을 거쳤으며 민주당 대표 대행을 지냈다. 당시 주요 정책을 만들어낸 정책통으로 정권의 핵심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일본의 친한(親韓)파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고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고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관방장관 재임시인 2010년에는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간 나오토 총리 담화의 작성과 발표를 주도하며 전후 한일 관계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일본의 한국 강제합병 100년을 맞아 발표된 간 나오토 담화는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면서 "식민지 지배가 가져다준 많은 손해와 고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심정)을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고인은 이 담화의 후속 조치로 추진된 조선왕실의궤 반환도 주도했다.
그는 같은 해 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전후배상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해 새로운 결론을 낼지 일본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과거사 배상 문제가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 "법률적으로 정당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좋은 것인가.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중시 외교'를 내세우며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한국, 북한, 중국과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8월 한국을 방문해서는 "한일관계 악화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당시 총리)라는 이례적인 인물 때문"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북한 문제 등의 해결에 연대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이보다 앞선 2001년에는 고이즈미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방침을 규탄하는 집회를 주도하면서 "나는 매년 8월15일에 대구에 가 사할린 이산가족 집회에 참석해 사할린에 강제 징용당한 사람들의 유족 절규를 들으면서 하루를 보낸다"고 밝히며 고이즈미 당시 총리의 행보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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