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관리소 성추행 피해직원, 가해자 몰려 고통 끝 퇴사"

입력 2018-10-16 15:07
수정 2018-10-16 15:23
"경복궁관리소 성추행 피해직원, 가해자 몰려 고통 끝 퇴사"

이동섭 의원 국감 질의…문화재청장 "알아보고 조치하겠다" 답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16일 "문화재청 소속 경복궁관리소에서 여성 직원이 상습 성추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로 몰려 고통을 겪다 퇴사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문화재청에 대한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문화재청의 즉각적인 진상조사와 감사를 요청한다. 엄중한 징계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2016년 5월 경복궁관리소 안전지원실 소속 공무원(방호원)으로 임용돼 1년 6개월 동안 근무했다.

방호원 39명 중 38명이 남성이었던 탓에 유일한 여성이었던 A씨는 다른 동료들과 대기실이나 탈의실을 함께 이용할 수밖에 없어 사복을 갈아입지 못하고 근무복을 입은 채 출퇴근해야 했다.



더구나 A씨는 가해자 B씨로부터 상습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A씨에게 관람객에 대한 몸매 평가를 늘어놓거나 회식 자리에서 강제 추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건 처리 과정도 문제였다.

A씨는 경복궁관리소에서 고충 상담을 담당하는 이 모 주무관에게 이런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오히려 상담 내용이 유출돼 B씨로부터 욕설 문자를 받는 2차 피해를 당했다.

이 주무관은 'A씨와 B씨가 평소 가벼운 스킨십을 하는가' 등 부적절한 질문이 담긴 설문지를 직원들에 배포하기도 했다.



경복궁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정식으로 A씨 신고를 접수한 후에는 B씨가 오히려 자신이 A씨로부터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해 두 사람이 함께 징계위에 회부되는 일이 벌어졌다.

B씨는 자신에 대한 A씨의 성희롱을 목격한 증인이 4명이나 있다고 증언했지만, 이 중 3명은 당일 연차휴가 등으로 근무지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위가 B씨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해 감봉 2개월 처분을 내린 후에도 한동안 A씨와 B씨의 근무 공간이 분리되지 않았고, A씨는 3개월 휴직 끝에 스스로 퇴사했다.

이 의원은 "피해 여성이 가해자로 몰리는 일은 공직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가해자만 경징계를 받았고, 성범죄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담당자 등은 징계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알아보고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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