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가톨릭 대교구, 성추행 의혹 성직자 31명 실명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워싱턴 가톨릭 대교구가 지난 70년간 성추행 의혹을 받은 성직자 31명의 실명을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워싱턴 대교구는 이날 홈페이지에 1948년 이후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에 연루된 성직자들의 이름을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현재는 가톨릭에서 제명된 상태로, 절반 이상인 17명은 이미 숨졌다.
또 신부 16명과 부제 1명 등 17명은 당국에 체포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는 등 과거 대중에 알려졌던 이름들이다.
이번 발표는 도널드 우얼(77) 추기경이 과거 사제들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워싱턴 대주교 자리에서 사퇴한 지 3일 만에 이뤄졌다.
워싱턴 대교구는 이날 발표된 이름들은 2017년 우얼 추기경의 지시에 따라 대교구의 기록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얼 추기경은 성명에서 "이 리스트는 성직자들이 저지른 엄청난 잘못, 젊은이들에게 가해진 아픔, 신자들에게 끼친 피해, 우리가 계속해서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들을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자들의 치유를 위한 길에 함께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또한 지난 20년간 (워싱턴) 대교구에서 미성년자 성 학대는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발표가 희생자들은 얼마나 많은지, 행정당국에서 해당 사건들을 다뤘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워싱턴 대교구의 이러한 자발적인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불거진 사제들의 아동 성폭력 추문으로 가톨릭계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8월 미 펜실베이니아주 사법당국이 '1940년대부터 70년에 걸쳐 사제 301명이 1천 명이 넘는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자 가톨릭계는 발칵 뒤집혔다.
1988∼2006년 펜실베이니아에서 주교를 지낸 우얼 추기경에게도 '재임 기간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지난 12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7월에는 미 가톨릭계에서 신망이 두텁던 시어도어 매케릭(88) 전 추기경이 과거 미성년자들과 성인 신학생들을 상대로 성적 비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추기경단에서 배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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