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에 갇힌 美부부, 나뭇가지로 '헬프' 쓴 끝에 극적 구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H·E·L·P.'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한 항공사진에 '도와달라'(help)는 알파벳 4글자가 포착됐다. 위치는 메이저급 허리케인 '마이클'이 강타한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 인근 영스타운.
15일(현지시간) 미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주말 마이클은 남동부 6개주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17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수십만 가구가 정전되고 파나마시티 해안은 가옥과 기반시설이 대부분 파괴됐다.
파나마시티 주민인 앰버 지는 재난당국의 대피 명령에 따라 귀중품만 챙긴 채 피난길에 올랐다. 자녀와 조카들은 데리고 나왔는데 삼촌과 숙모 내외를 미처 찾지 못했다.
앰버는 다급한 마음에 자택 주변의 항공사진을 여기저기서 뒤졌다.
그러던 중 할머니 댁이 있는 영스타운 주택 앞 마당에 글자 '헬프'가 쓰인 사진을 찾아냈다. 앰버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구조를 요청했다.
앰버의 삼촌 어네스트 지는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풍으로 주변 나무가 쓰러지고 산사태가 나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지경이 되자, 쓰러진 나뭇가지를 맞춰 재난당국 헬기가 볼 수 있도록 '헬프'를 썼다.
베이카운티 구조팀이 전날 오후 어지럽게 엉킨 수풀을 헤치며 구조를 요청한 엠버네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몇 시간의 작업 끝에 앰버의 삼촌 부부는 무사히 구조됐다.
앰버 지는 현지언론에 "허리케인 마이클이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놨지만 가족 구성원이 안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구조대의 헌신과 노고에 뭐라고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파나마시티와 주변 지역에는 여전히 15만 가구 주민이 정전 상태로 암흑 속에서 지내고 있다. 재난당국이 비상식량과 식수 공급에 나섰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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