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젊어보인다"…리종혁 "잃어버린 10년 동면했지요"

입력 2018-10-16 01:36
문희상 "젊어보인다"…리종혁 "잃어버린 10년 동면했지요"

文의장, IPU 총회서 리종혁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면담

남북국회 회담 필요성 등 공감…개최 시기 등 구체적 합의는 과제로 남겨

남북한 대표단이 IPU 총회서 공식 면담하기는 처음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남북 관계의 훈풍을 타고 양쪽 국회 대표단이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제네바 캄펜스키 호텔에서 북한 리종혁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조국통일연구원장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과 40분 동안 예정에 없던 면담을 했다.

이날 남북 국회 대표단의 면담은 진영 의원이 오전 중 IPU 총회 행사장에서 북측과 일정을 조율하면서 성사됐다.

남쪽에서는 문 의장과 설훈 의원, 이수혁 의원, 정종섭 의원 등이 참석했고 북쪽에서도 리 원장과 관계자 2명이 배석했다.

남북한 대표단이 IPU 총회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공식 면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국회 수장의 회담은 아닌 만큼 면담 장소는 IPU 총회 행사장 대신 제네바 시내 호텔로 정해졌다. 북한의 입법부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대표다.

리 원장이 "다른 나라 들르고 오셨지요.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시겠다"고 인사하자 문 의장은 "이 만남 하나로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10년 전이나 하나도 안 변하셨다고"라고 화답했다.

리 원장은 이에 "잃어버린 10년 동안 저도 동면하고 있었지요"라며 그동안 남북 관계가 경색됐던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문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젊어 보인다는 말에 감옥에 있는 기간은 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고 화답했다.

문 의장은 "양쪽 정상이 6개월간 세 번이나 만나 우리가 보탤 일 없이 일이 잘 진행되고 있지만, 남쪽은 국회 의결을 거쳐야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측면이 있다"며 국회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미국 조야에서 아직 남북 관계를 삐딱하게 보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 국회가 나서는 게 제일 효과적이다. 국회가 힘만 합친다면 미국 설득에 유리해서 의장 취임하자마자 국회 회담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의 설명에 리 원장은 "말씀하신 것처럼 기록적인 짧은 기간 남북 관계가 개선됐다. 우리(남북)는 거꾸로 수뇌부가 이끄시는 바람에 국회가 뒤따르게 됐는데 잘 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인사말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양측 모두 남북국회회담 개최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북한은 시기를 11월 중으로 못 박는 것에 대해서는 내부 상황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국회 회담이 아니더라도 자주 만날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문 의장과 리 원장은 이날 낮에도 복도에서 잠시 마주쳐 인사를 나눴다. 문 의장은 북한 대표단에 남측 대표단을 소개하고 부인상을 당한 박지원 의원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북한 대표단은 문 의장이 일반토론에서 연설하는 동안 문 의장의 발언을 메모하는 등 한국 국회의 입장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