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복판의 '블랙박스' 공연장…"사방면서 즐긴다"
세종문화회관, 18일부터 개관 기념 공연…차별화가 숙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금 앉아계신 객석은 중앙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객석이 수납형으로 설계돼서 뒤쪽으로 딱 접어질 수 있어요. 반대로 지금 제가 서 있는 무대 뒤쪽이 객석으로 사용될 수도 있어요. 즉 사방 면에서 즐길 수 있는, 현장감 높은 공연장이 될 것입니다."
김희철 공연예술본부장은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블랙박스형 공연장 '세종S씨어터' 개관 기념 간담회에서 "이 공연장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세종S씨어터는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지하 2∼3층에 1천395㎡ 규모로 조성된 공간으로, 텅 빈 상자와 같은 형태였다. 간담회장은 평소 보는 형태의 객석과 무대로 구성됐지만, 이는 공연 장르 및 제작자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김 본부장은 "모든 장르의 실험적 공연이 가능하다"며 "무대를 중앙에 두고 사방 면에 객석을 둔 형태도 가능하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객석 규모는 약 300석. 2년여 공사 시간과 75억여 원 공사비가 투입됐다.
최근 즉흥성과 관객 참여가 공연계 새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세종문화회관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예술 작품의 기획·제작을 위해 세종S씨어터를 조성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18일부터 연말까지 콘서트, 무용, 연극 등 다양한 공연으로 개관 기념 공연을 진행한다.
유명 뮤지컬 음악감독 원미솔과 이성준, 뮤지컬 연출가 왕용범이 손잡은 '이색락주'를 시작으로 재즈 색소포니스트 손성제가 이끄는 콜라보 재즈 콘서트, 세종문화회관과 국립현대무용단,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공동 기획·제작한 '나티보스', 서울시극단의 '사막 속의 흰개미' 등이 이어진다.
다만 이번 공연들에서 극장 구조를 활용한 실험과 파격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은 "공모를 통해 개관 작품을 준비하다 보니 공연장 성격과 특성을 잘 살린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며 "이번 작품은 어쩔 수 없이 전통적 프로시니엄(무대와 객석을 구분한 정면 액자 형태의 무대) 극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은 대신 내년 초 공연 예정인 '더 헬멧'을 통해 극장 특성을 더 잘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역시도 초연작이 아니라 대학로 등지에서 이미 관객에게 선보인 작품이다.
기존 블랙박스 극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CKL스테이지 등과 어떻게 차별화를 이룰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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