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암살의혹' 사우디 주가급락…미국과 불화에 투자 차질

입력 2018-10-15 09:32
수정 2018-10-15 09:34
'언론인 암살의혹' 사우디 주가급락…미국과 불화에 투자 차질

경제개혁 외자유치 차질…"시장, 美·사우디 관계변화 계산 돌입"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언론인 암살 의혹을 둘러싸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갈등을 빚자 사우디 주가가 급락했다.

블룸버그 통신, CNN방송에 따르면 사우디 리야드증권거래소(타다울)의 종합주가지수는 14일(현지시간) 한때 7%까지 떨어졌다가 3.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타다울 종합주가지수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이달 2일 실종된 이후 무려 9%나 떨어졌다.

CNN방송은 리야드 증시의 올해 주가 상승분이 카슈끄지의 실종 이후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주가가 급락한 것은 카슈끄지를 둘러싸고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악화, 사우디의 경제개혁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정에 비판적인 언론인으로, 사우디 왕실이 터키의 자국 영사관에서 그를 살해했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의 개입이 밝혀지면 "매우, 매우 세차고 아주 강하디 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왕실은 카슈끄지의 실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국영 SPA통신은 사우디 왕실이 미국의 어떤 징벌적 조치에도 훨씬 강력한 대응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사우디에 경위 해명을 촉구해 긴장이 고조되자 사우디가 경제개혁을 위한 해외투자를 제대로 유치할 수 있을지 우려를 사고 있다.

사우디 왕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성장 동력을 현대화, 다변화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야심 찬 계획을 가동해왔다.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경제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수립,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관광업을 촉진하며 민간부문을 성장시키려고 애를 썼다.

같은 맥락에서 사우디는 금융시장을 개혁하면서 FTSE 러셀,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해 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이 사우디 경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카슈끄지 사태를 계기로 싸늘해지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악화, 인권유린 정황을 큰 리스크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싱크마케츠의 애널리스트인 나임 아슬람은 "지정학적 상황이 악화하면서 사우디가 고집스러운 태도를 다시 보일 것"이라며 "이런 자세는 해외 투자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우리 입장에서는 사우디 주식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아르캄 캐피털의 주식연구 부문 대표인 자프 메이저는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속성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시장이 계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은 사우디의 홍해관광을 위해 추진하던 2개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고 자기 기업에 대한 사우디의 10억 달러 투자 협상도 중단했다.

브랜슨은 "터키에서 발생한 것들에 대한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서방에 있는 우리로서는 사우디 정부와 사업을 할 역량이 명백히 변화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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