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원정대 시신 9구 '빠른' 수습, 날씨가 도왔다
네팔 당국·주민 적극 지원…대사관은 컨트롤타워 노릇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고난도 작업으로 예상된 히말라야 한국 원정대 시신 수습 작업이 이례적으로 반나절 만에 완료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히말라야에서 등반사고가 발생하면 수색과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기 마련이다.
산세가 워낙 험해 구조대가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운데다 날씨마저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창호 대장이 이끈 이번 한국 원정대는 구르자히말에서 그간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험로에 도전하며 신루트 개척에 나섰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열악했다.
하지만 시신 수습 작업은 구조헬기가 사고 현장에 착륙하지도 못한 가운데 14일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3시간 30분만에 마무리됐다.
오전 10시 30분께 시신 3구를 먼저 수습한 것을 시작으로 오전 11시 30분까지 시신 9구를 모두 인근 마을로 옮겼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산악전문가들은 "날씨가 도왔다"고 입을 모았다.
베테랑 네팔인 가이드인 앙도르지 셰르파는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구르자히말의 경우 산사태가 한번 나면 그 후폭풍에 사람이 1㎞씩 날아가는 등 날씨가 무척 험한 산"이라며 "구조 작업에는 현장 날씨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 현장 날씨는 구름이 종종 끼었을 뿐 대체로 좋은 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인근 포카라 시에 대기하던 구조 헬리콥터는 오전 7시 15분에 일찌감치 이륙해 시신 수습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네팔 당국과 현지 주민의 지원도 수습 작업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 구조 당국은 주네팔 한국대사관 등의 요청이 있자 곧바로 지난 12일부터 소형 헬기를 띄워 수색 작업을 지원했다.
시신 발견 후에는 수습 작업을 위해 6인승 중형 구조 헬리콥터를 지원했다. 이어 연료 수송 및 시신 이송 등을 위해 대형 헬리콥터를 추가로 투입했다.
수색 현장에서는 현지 주민과 경찰이 호흡을 맞춰 지원에 나섰다.
구조대원 3명이 사고 현장에 밧줄을 타고 내려가자 인근 마을 주민 4명, 경찰 1명, 구조헬기 관련 현장 감독자 등 6명이 추가로 작업을 도왔다.
사고 현장에만 9명이 시신 수습에 나선 것이다.
주네팔 한국대사관도 사고 발생 후 컨트롤타워 노릇을 하며 네팔 당국과 현지 전문가 등과 연락하며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외교부는 해외안전지킴센터 소속 담당자 등 2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 시신 운구·장례절차 지원 등 행정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 원정대는 지난달 28일 구르자히말 봉우리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들 대부분은 눈 폭풍에 휩쓸리면서 급경사면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일 오전 해발 3천500m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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